2주간 12명이 사망했다…美캘리포니아 산악마을서 무슨 일이

입력 2023-03-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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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을 덮친 기습 폭설로 산악지대 여러 마을이 고립된 이후 복구 작업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LA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샌버너디노 카운티 보안관국은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지난달 23일 이후 이 지역에서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다.
보안관국 대변인은 "현재까지 우리는 날씨와 관련된 교통사고 1건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른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A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이웃이나 친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산악마을에 흩어져 있는 집들이 폭설로 인해 진입로가 막혀 고립되면서 장기간 난방과 통신, 약품·식료품 등 공급이 끊긴 탓에 재난에 취약한 노인들과 지병을 앓는 질환자들이 잇따라 숨졌다고 말했다.
전날 밤 샌버너디노 관할 빅베어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시의회에서 한 주민은 이 지역에 사는 친구가 폭설이 내리는 동안 지병과 관련된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전했다.
샌버너디노의 다른 관할 지역인 크레스트라인의 스카이랜드 커뮤니티에서는 93세 여성이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이 노인이 생전에 고령이었지만 건강하고 활달했다면서 폭설 이후 전기가 끊기고 난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추위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산악마을에는 2주 전 폭설로 2.5m 넘게 눈이 뒤덮였고, 집 지붕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거나 설비 손상으로 가스가 누출해 불이 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지역 관할 당국과 소방·구급대가 제설과 도로 복구, 이재민 구호 작업에 나섰지만, 워낙 많은 눈이 한꺼번에 내린 데다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산악 지형이 가파른 탓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복구가 계속 늦어졌다.
LA에서 동쪽으로 85km가량 떨어진 샌버너디노는 연중 온화한 날씨가 특징인 곳으로,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워낙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국의 대응 체계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오전까지 샌버너디노 카운티 도로의 약 95%에서 제설 작업이 끝났지만, 대부분 도로가 차량 1대만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고 48㎞에 달하는 구간은 여전히 제설되지 않은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폭설 이후 간신히 다른 지역의 친척·친구 등의 집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산악마을에 아직 남아있는 이웃이 많고 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한 주민이 마을 인근에 쌓인 넓은 눈밭에 발자국으로 "도와주세요"(Help Us)라고 글을 남긴 모습이 한 방송사의 항공 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지역신문 발행인인 애런 크레이튼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히 단절되고 발이 묶인 사람이 많다"며 "특히 아무것도 없이 홀로 집에 갇힌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추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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