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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인 취급 받던 청년, 요양산업 판 뒤흔들다 [고영욱의 스타트업 나우]

고영욱 기자

입력 2023-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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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케어링 대표

“저희 비전은 가족의 붕괴를 막는 겁니다. 집에 어르신 한 분이 아프시기 시작하면 항상 붙어서 생활해야 되고 가족들의 삶이 힘들어져요. 갈등도 생길 수밖에 없고 가족의 붕괴가 되게 서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거든요. 궁극적으로 저희 사업은 가족들이 쉬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 시간 동안은 나만의 삶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게 핵심입니다. 그 분리를 통해서 가족이 붕괴되지 않도록 막는 겁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올해로 36살이다. 국내 노인 돌봄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이 6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들 뻘이다. 개인적으로 돌봄으로 인한 가족 붕괴를 겪은 적도 없다. 그런 그가 세운 실버테크 기업 케어링은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35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투자유치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1천억원(누적 투자유치 350억원), 예비 유니콘 기업이다. 그 힘은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 즉 역지사지의 자세에서 나왔다.

케어링의 서비스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특히 보호자(자녀)들도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까 ‘서비스 앱으로 쓰세요’하면 불편하거든요. 필요한 내용은 다 전화 상담을 통해서 보내드리고 있고요. ‘어르신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시는데 간호 서비스를 이용해 보시면 어떠실까요’라는 식으로 저희가 먼저 말씀드리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그가 직영점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직영으로 관리하면 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만큼 어르신들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저희는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을 저희가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구조고요. 모든 직원들을 통합해서 교육시키는데 바꿔 말하면 서비스에 대한 균일성을 가져가고 그걸 계속 업그레이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요양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케어링을 창업하기 전엔 블록체인 회사나 온라인 유통 회사 같은 IT기업을 창업했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계속 화전민 같은 사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뭐가 뜬다’라고 하면 이쪽을 한번 공략해보자 이런 식으로 사업을 했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쫓아다니는 사업을 하다 보니까 별로 큰 의미나 가치를 못 느꼈어요”라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우연히 방문요양이란 걸 알게 돼 뛰어들게 됐습니다”라고 계기를 설명했다.

방문요양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다. 그러다 영세시설이 대다수인 국내 요양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한국은 제대로 된 큰 기업이 없을까, 왜 더 시스템적으로 관리되는 회사가 없을까’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김 대표는 홍삼세트 갖은 걸 들고 무작정 집 근처 요양센터를 찾아 돌아다녔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요량이었다.

“우연히 어떤 센터장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처음에 저를 잡상인 줄 알고 쫓아내려다가 심심하시니까 얘기를 그냥 들으신 거예요. 제가 이건 이렇게 해결하면 되고 이건 이렇게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 했더니 관심을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자기가 아는 다른 센터장이 있는데 소개시켜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함께 선릉역 커피숍에 가서 얘기하다가 두 분이 신나서 ‘그래 언젠가는 요양산업도 시스템을 갖춰야 돼’라고 하시더니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하시고 저희 회사에 구성원으로 들어오셨어요. 조건이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요양보호사 시급을 좀 높게 준다는 약속을 지켜달라 이 정도만 있었죠.”

약속은 지켜졌다. 현재 케어링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일반적인 센터보다 20%가량 시급을 더 주고 있다. 현장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한 번은 계산을 잘못해 회사가 어려워질 정도로 시급을 높였다가 철회해야 했다. 반발을 살 만도 했지만 오히려 격려가 쏟아졌다. 심지어 용돈을 쥐어주고 가는 요양보호사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이때를 회사 운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자 감동받은 순간으로 기억했다.



다른 곳보다 시급을 더 줄 수 있는 비결은 IT기술에 있다. 먼저 서류작업이나 요양보호사 관리에 들어가는 행정력을 IT기술로 대체했다. 그러자 센터 한 곳에서 관리하는 요양보호사 인원이 일반 센터의 4배인 120명까지 늘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노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먹구구식이던 현장 운영이 효율적으로 바뀐 것이다. 직고용한 전체 요양보호사 수가 6천명 수준까지 늘면서 규모의 경제도 가능해졌다. 현재 관련법상 어르신 2.5명에 요양보호사 1명이 배치돼야하는데 케어링은 1대 1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헨리 포드처럼 방문요양 서비스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자동차는 부자들만 누릴 수 있었거든요. 방문 요양 서비스를 보면 돈이 많으신 분들은 좋은 서비스를 받고 계세요. 간호사도 있고 전담 영양사도 있고 이런 것들을 보통 사람들이 누리시기에는 어렵거든요. 저희는 시스템을 통해 돈 많은 분들이 누리고 있는 이런 서비스를 저렴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최근엔 어르신들의 요양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요양보호사 인력 문제 해결하겠다며 외국인 근로자 유치 사업도 시작했다. 케이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다. 그는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매년 몇 만 명 씩 요양 인력이 부족해 베트남과 같은 국가에서 인력을 받는다며, 한국도 점점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고 이 피해는 어르신들이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차원에서 이민청 설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령화에 대응할 역동성을 갖추려면 아시아의 미국이 돼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의 MBTI는 호기심이 많은 타입인 ENTP, 변론가다. 다만 최근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INTP로 바뀐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호기심이 없으면 이 사업을 하기 힘든 이유가 내가 직접적인 고객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르신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질문을 던져야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이 많은 사람, 비효율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케어링이 찾는 인재라고 했다. 케어링은 현재 사회복지사와 IT개발자, 기획자를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인구 고령화는 확정된 미래”라며 “케어링은 대한민국 노인 돌봄 시스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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