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밖 러시아' 두바이, 러 상류층 피난처로 각광

입력 2023-03-14 18:56  


아랍에미리트(UAE) 최대도시 두바이가 많은 러시아 엘리트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피난처 항구 역할을 하는 '러시아 밖 러시아'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통계상 두바이는 지난해에만 러시아인 120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 당시 100만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NYT의 항공기록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했을 때 작년 봄 수 주 동안 두바이는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개인 전용 비행기의 '넘버 원'(No.1) 행선지였다.
두바이를 찾는 러시아인은 서방 제재를 받는 억만장자 신흥재벌에서부터 우크라이나전 징병을 피해 온 중산층 기술직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 러시아 관리들과 가족들도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두바이를 방문한다.
러시아인이 이렇게 몰려들다 보니 두바이의 으리으리한 쇼핑몰과 교외 골목에선 러시아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고 있다.
또 러시아인들이 현지에 카페를 내고 부동산 일을 하는 등 정착해 사업체를 내고 있다. 두바이 명소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는 러시아 식당과 나이트클럽이 즐비하다.
2022년 두바이 부동산을 찾는 비(非)상주 구매자 가운데 러시아 출신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가 이처럼 러시아인에게 각광받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두바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 만연한 반(反)러시아 감정이 없다.
UAE는 미국과 가깝지만, 우크라이나전에 대해서 중립적이다. 다른 여러 중동국가처럼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두바이에서 2층짜리 러시아 미용 클리닉을 연 타마라 비개바는 "우호적이지 않은 곳에서 왜 사업을 하겠는가"라면서 "유럽 사람들은 분명히 우리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두바이가 러시아인을 끌어당기는 주된 요인은 권위주의적 왕정 체제에 따라 시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설령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러시아에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도 공개적으로 이를 표시하기보다 자기 마음 속에만 간직해야 한다.
두바이는 또 러시아와 직항편이 계속 살아있다.
헌지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드미트리 발라키레프는 직항 때문에 친지들과 계속 접촉할 수 있는 것이 두바이 체류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당초 우랄산맥에서 기술 분야 일을 하던 그는 전쟁에 반대해서 이곳으로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유층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한 더 많은 부를 음성적으로 축적하도록 용인하는 식으로 국내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의원들은 재산 공개를 안 해도 된다.
우크라이나전으로 러시아 사업가들이 서방이라는 1세계와 단절됐지만 더 이상상황이 악화하지는 않도록 해준다고 정치학자 에카테리나 슐만이 말했다.
두바이는 그런 점에서 러시아 부호들의 안전한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직면해 애국주의를 동원해가며 러시아인들이 부를 국내에 축적하라고 호소하지만, 두바이로 이주한 러시아 부유층에는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현지 러시아 부동산업자인 아나톨리 카멘스키크는 "우리 모두에게 이곳은 일정 기간 안전의 섬"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영업팀이 지난해 두바이에서 부동산 3억달러(약 3천900억원)어치를 주로 러시아인들에게 팔았다고 자랑했다.
두바이에 카페를 연 디마 투트코프는 자녀를 현지 영국계 학교에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에서 독립해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고업도 하는 그는 다만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망가졌다고 보는 건 착각이라면서 서방 회사들이 떠난 공간을 토종 러시아 회사들이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의 대러 금융제재도 큰 장애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투트코프는 아직 제재를 안 받는 러시아 은행을 통해 두바이로 회사 이익을 이전해 환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뜨는 팝 가수로 지난해 두바이에 와서 생활하는 다리아 조테예바는 "두바이는 양지"라면서 전쟁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이 모든 상황"이라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사진=REUTERS 연합)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jh19888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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