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주택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은 부모가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평범하고도 단란한 가족이었다고 이웃들은 기억했다.
19일 숨진 40대 A씨 부부와 10살이 안 된 어린 자녀 3명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 앞에는 A씨 부부의 차량 2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량 1대의 운전석 앞 차창에는 아이의 글씨인 듯 '사랑해. 엄마 사랑'이라고 삐뚤빼뚤하게 쓰인 그림 쪽지도 들여다보였다. 뒷좌석에는 유아용 카시트가 놓여 있었다.
이웃들에 따르면 동종 업계 직종에 종사하는 A씨 부부는 5년가량 전 이 주택을 사들여 이사를 왔다.
업무상 맺은 인연으로 결혼하게 된 이들은 수개월 전 주택 2층에 찜질방을 만들고 세를 줬다. 찜질방 업주가 이웃들에게 개업 떡을 돌리기도 했다.
A씨는 주택 쪽문과 외관을 직접 고치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였고 평소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화목한 가장이었다고 이웃들은 기억했다.
연년생 딸 둘에 막내아들을 둔 이들 부부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평소 이들 가족을 자주 본 이웃들은 어린 자녀들까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을 지나가던 한 이웃은 "자매가 있으니 아들을 낳으려고 셋을 낳았다고 들었다"며 "다들 너무 작고 예쁜 애들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이웃들도 최근 들어 A씨 가족이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A씨 부부는 2017년 말 이 집을 3억원대에 매입하며 1억여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가게를 운영하는 이웃 B씨는 "(A씨 부부가) 인천 다른 지역에 집을 사둔 상태라 곧 이사를 가야 하는데 시세보다 비싼 값에 집을 내놔서 잘 안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근 빚을 좀 졌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가게 주인은 "이 가족이 처음 이사 온 수년 전부터 큰 개를 키웠는데 유독 며칠 전부터 개가 너무 시끄럽게 계속 울어서 다른 사람들도 말을 했는지 입마개를 씌웠더라"며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어제도 개가 심하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새벽쯤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다른 주민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며 "정확한 시각은 모르겠지만 오전 1시쯤부터 그런 소리가 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A씨 부부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5명은 전날 오전 10시 37분께 미추홀구 한 주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방 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고 그의 아내와 자녀 3명은 다른 방에 함께 쓰러져 있었다.
이들의 친척은 A씨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일가족을 보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아내와 자녀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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