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보단 낫다…건설사, 눈물의 '떨이'

방서후 기자

입력 2023-03-20 19:09   수정 2023-03-20 19:09

    지방 이어 수도권도 할인분양 속출
    <앵커>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며 신규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할인분양'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요.

    미분양을 떠안기 보다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파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최근 부동산 불경기 때나 볼 수 있던 할인분양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쌓이면서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분양가 할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식도 다양합니다. 미분양이 생긴 아파트 단지 분양가를 할인하는 건 기본이고, 계약이나 입주 시기에 맞춰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 옵션과 발코니 비용, 중도금 이자 등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는 지역은 미분양이 가장 심한 대구입니다.

    수성구 만촌동에서 분양한 '만촌 자이르네'는 분양가를 최대 25% 할인해주고, 인근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입주 시기에 분양가의 10%를 현금으로 지급해준다고 합니다.

    서구 '두류 스타힐스' 역시 10%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이고요, 달서구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는 계약자가 해지를 원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준다고도 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에서는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분양가 15% 할인과 관리비 대납 혜택을 제공했고,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시 현금 3천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경기도 안양에서는 '평촌 센텀퍼스트'가 분양가 10% 할인과 계약시 발코니 확장을 무료료 해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대구 같은 경우는 거의 '떨이' 수준이고,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도 건설사 입장에선 출혈이 클 것 같은데요.

    이렇게까지 해서 팔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공사대금을 분양대금에 의존하는 건설사 특성상 일단 팔아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사례들 모두 청약 당시에는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했는데요.

    그러면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건설사는 외상 공사를 하게 됩니다.

    이런 미계약 상태가 입주 때까지 이어지면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는 것이고요.

    이런 식으로 입주율이 떨어지면 매출채권과 공사미수금 회수 지연으로 이어지고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됩니다.

    한 마디로 건설사들이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선 안 파는 것보다는 싸게라도 파는 게 낫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할인해서 팔아도 남는 게 있기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분양가 상승률 폭이 건설사들의 할인분양 폭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3㎡ 당 아파트 분양가는 1년 전보다 16% 상승했습니다.

    수도권이 같은 기간 20%, 지방도 15% 넘게 올랐습니다.

    서울은 무려 24% 이상 치솟았습니다. 한 마디로 10% 정도는 할인해도 남는 게 있단 소립니다.

    <앵커>

    그럼 애초부터 싸게 팔면 안되나요?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하는 건 어렵다는 게 건설사들 입장입니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건축 원가율은 90% 수준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1조원을 벌어도 9천억원이 원가로 나간단 뜻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주택건축 매출총이익률(GPM), 즉 원가를 제한 뒤 매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비율이 2021년 18%에서 지난해에는 11%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는 한 자릿수 대가 유력하다고 하고요.

    여기에 앞으로 분양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달부터 기본형 건축비가 3개월 만에 2.05% 상승했고, 지난 3개월간 레미콘 가격은 15.2% , 합판 거푸집은 7.3% 급등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팔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미분양 증가만큼 문제가 되는 게 입주율 감소거든요.

    건설사 입장에선 일단 싸게 팔아서 당장 계약금이라도 벌었다 칩시다.

    하지만 중도금, 잔금 이렇게 입주 때까지 꾸준히 돈이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한달 전보다 5.1% 포인트 내린 66.6%에 그쳤습니다. 새 아파트 3채 중 1채가 비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전부 입주율이 떨어졌습니다.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가의 10~20% 정도인 계약금은 어떻게든 마련하는 편이고 중도금도 대출로 해결했는데, 마지막 30%에 달하는 잔금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입주를 못했단 소리거든요.

    주산연이 조사한 미입주 이유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이 41.7%로 비중이 가장 컸고, 세입자 미확보가 39.6%, 잔금대출 미확보 14.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각종 규제에 막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탓인데, 그나마 이런 문제들은 조금씩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신규 아파트 가격이 아직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분양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는 낮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 확보를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입주율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당장 오늘(20일)부터 분양가와 인당 대출 한도에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이달 말부터는 서울에서도 전매제한 기간이 최소 1년까지 줄어듭니다.

    여기에 올 초 1·3 부동산대책에서 실거주 의무도 폐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조성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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