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폭로, 고발로 이어져...추가 추징 가능할까?

입력 2023-03-20 16:42   수정 2023-03-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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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실제 수사와 미납금 추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시민단체는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20일 서울중앙지검에 낸 고발장의 피고발인에는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손자·손녀 등과 함께 성명불상 70여명이 포함됐다.

전씨 일가가 막대한 불법 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뒤 이를 원천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는 손자의 폭로를 수사해 달라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천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996년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검찰이 밝힌 재임중 수뢰 규모는 9천500억원으로 추징금보다 훨씬 더 많다.

서민위는 업무방해죄·강제집행면탈죄·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 비자금을 찾아내고 전씨 일가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에 거주 중인 전우원씨가 검찰에 출석해 구체적으로 진술한다면 그동안 찾지 못한 수사의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우원씨의 폭로를 살펴보고 있던 검찰은 이날 중으로 사건을 배당하고 서민위의 고발을 면밀히 검토 하기로 했다.

경찰도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전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 대상에 올려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씨의 국내 수사기관 출석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마약 투약 영상을 공개하고 자백했기 때문에 우선 뉴욕 현지 수사기관에서 수사받게 될 공산이 크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2022년께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적 포기가 사실이라면 외국인 국외범이라서 스스로 귀국하거나 강제 송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전우원씨 주장의 신빙성에 앞서 수사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법무법인 오킴스 윤승환 변호사는 "추징금 납부 주체는 전 전 대통령으로, 상속인인 일가는 추징금 납부 주체가 될 수 없어 강제집행면탈죄의 주체가 되기는 어려워 보여 죄 성립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오랜 시간이 지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뿐더러 공소 시효(5년)도 만료돼 수사가 어렵다.

윤 변호사는 "비자금을 수수했던 시점이 최종적으로 전 전 대통령 퇴임 시점인 30여년 전일 텐데,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자금 흐름에 대한 물증 확보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 시효 만료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우원씨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실제 수사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과거 수사 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을 통해 샅샅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은닉 자금이나 정보에 전우원씨가 접근할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확정한 기존 추징금도 추가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추징금 2천205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추징된 액수는 1천279억2천만원이다. 경기도 오산시 임야 3개 필지에 대한 공매대금 55억원은 행정 소송 중으로, 검찰이 최종 승소하면 추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867억원은 현행법상 추징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는 탓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 판결을 하며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추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법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입법이 가능하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독립몰수제' 도입도 방법이다.

범죄자 사망 등으로 재판 진행이 불가한 사건 또는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법이 진전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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