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들이 한국 사회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관심있게 보도하는 가운데 미국 CNN 방송도 '주 최장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과 그로 인한 거센 반발을 19일(현지시간) 기사로 소개했다.
이 매체는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기업 집단의 압박에 (한국) 정부는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늘리는 데 지지를 표했으나 젊은 세대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동아시아 경제 강국인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의 노동 시간에 직면해 있으며 과로사(gwarosa)로 인해 매년 수십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CNN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 최대 근로허용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기 전인 2017년에는 매년 수백 명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고,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후에도 한국에서는 과로사가 고질적 문제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CNN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세계에서 손꼽는 부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원동력 중 하나가 '장시간 노동'이지만 근로시간 상한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 이면에 심장마비와 산업재해, 졸음운전 등으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정준식(25)씨는 CN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은 전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면서 "내 아버지도 매주 과도하게 일하는 탓에 일과 삶의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페미니즘 단체 '해일(Haeil)'의 심해인 대변인은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이번 노동법 개정안에서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엿보인다면서 "한국은 높은 과로사 비율뿐 아니라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반발에 직면한 한국 정부는 "주당 근로 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이번 주 재고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현행 52시간에서 그 이상으로 높이는 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직면한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방법으로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1년 한국 근로자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멕시코(2천128시간), 코스타리카(2천73시간), 칠레(1천916시간)에 이어 이미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수준이며, OECD 평균(1천716시간)과 미국 평균(1천767시간)을 훨씬 상회한다고 CNN은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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