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파산으로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사업 부문별로 분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VB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시티즌스)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VB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주 매각 시도 실패 후 SVB를 예금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부로 나눠 팔기로 결정했다.
FDIC는 SVB의 부유층 대상 자산관리 사업부인 '실리콘밸리 프라이빗뱅크' 입찰서를 22일까지, 다른 사업부에 대한 입찰서를 24일까지 각각 받을 계획이다.
소식통들은 파산 금융기관 인수 경험이 많은 퍼스트시티즌스가 여전히 SVB 전체를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분할 매각 시 여기에도 입찰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퍼스트시티즌스 측이 "시장 풍문이나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낀 가운데, 올해 들어 33%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이날 10.47% 급등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퍼스트시티즌스의 자산 규모가 2022년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 중 30위 수준에 불과한 만큼 시장 일각에서는 인수 자금 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SVB는 최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뒤 스타트업을 비롯한 예금주들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으로 하루 만에 400억 달러(약 52조2천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무너진 바 있다. SVB 파산은 미국 은행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후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FDIC 등 당국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SVB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SVB 붕괴 이틀 만인 12일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도 폐쇄됐고,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UBS에 매각된 데 이어 17일에는 SVB의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그룹이 결국 미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매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은행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는 자회사인 플래그스타은행이 시그니처은행의 자산 일부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플래그스타 측은 380억 달러(약 49조6천억원) 상당의 시그니처은행 자산을 사들이고 36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 부채도 떠안는 한편 모든 지점도 인수했다. 다만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 부문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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