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업계들이 앞다퉈 인도로 향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저가 소형차가 지배하는 시장 특성으로 인해 업계의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소득 증가와 함께 자동차 구매 패턴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지난달 동맹 관계인 르노와 함께 6억 달러(약 7천840억원)를 투자해 인도에서 6개 신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닛산은 10여년 전 인도 동부 첸나이에 개발센터와 공장을 건설했으나, 이후 중국·미국 등 핵심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해왔다.
현대차도 지난 13일 제너럴모터스(GM) 인도 공장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에는 5억 달러(약 6천540억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인도에서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폭스바겐(폴크스바겐)은 지난해 8월 마힌드라&마힌드라와 5종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품 공급 계획을 맺었다.
인도 타타자동차도 올해 초 2종의 전기 SUV를 선보이는 등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아슈와니 굽타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정도로만 평가되던 인도 자동차 시장이 이제는 실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른 세계 3위의 시장으로 판매량 기준으로 일본과 같은 규모이다.
경영컨설팅 업체 아서 D.리틀은 현재 연간 380만대 수준인 인도의 승용차 판매량이 2030년까지 75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최근까지도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인도 법인인 마루티 스즈키의 저가 소형차 판매량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달할 정도로 저가 소형차가 지배하는 시장이었다.
이 때문에 이익률이 높은 중대형 차량 위주인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인식됐다. 실제 포드자동차는 2021년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GM과 미쓰비시자동차 등도 인도 시장을 포기했다.
그러나 소득 증가와 함께 인도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크리실에 따르면 인도에서 2021년 4월∼2022년 3월 1년간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유틸리티차량(UV)의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5년 전 인도에서 UV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전기차 출하량도 4만1천여대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서 D.리틀의 아크샤이 프라사드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면서 더 큰 SUV와 크로스오버 차량,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중산층의 증가로 인도가 점차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 정체 조짐을 보이는 중국 시장의 상황도 인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는 요소라고 WSJ은 분석했다.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2천360만대로, 정점을 찍은 2017년의 2천500만대 이후 감소 추세다.
중국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비야디(BYD) 같은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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