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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뱅크런' 사이 줄타기…커지는 금융 불안 [GO WEST]

조연 기자

입력 2023-03-23 19:30   수정 2023-03-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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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1.50%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최근 은행권 리스크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 중앙은행이 긴축을 이어간 것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조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폭은 예상하던 수준이었습니다. 3월 FOMC 결과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미 연준은 3월 FOMC 회의를 마친 후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50~4.75%에서 4.75~5.00%로 올린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월가가 예상한대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입니다.

    또 그동안 많은 연준 위원들이 최종금리의 인상을 강조해왔었는데요.

    이번 점도표 상에 최종금리 예상 중간값은 더 오르지 않았습니다. 은행권 리스크 발생이 없었다면 다른 이야기였겠죠.

    점도표를 감안하면 연준에게 남은 것은 0.25%포인트 한 차례 인상 정도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기준금리, 지속적 인상이 아니라 상황을 보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해 금리인상 사이클 끝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앵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지 않았습니까?

    이 과정에서 SVB사태도 불거졌고, 미국 실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9번 연속 금리 인상했죠.

    역대 가장 빠른 속도이며,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급격하게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서민들은 카드와 집 대출, 자동차 대출 등 그야말로 모든 부채 부담을 키웠습니다.

    먼저 신용카드 금리를 보면, 지난 3월 16% 초반대에서 급격히 상승해 현재 20.4%에 달합니다. 신용카드 대출을 연체할 경우 매달 20% 막대한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번 인상으로 더 오르게 되겠죠.

    30년 모기지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전 3% 후반에서 이제 7%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새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면 대출 금리(6년 기준)가 9% 육박하고, 중고차의 경우 13%를 넘습니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 경색에 대한 경고도 커지는데요.

    이미 가계의 신용상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수준이란 보고서가 나왔는데, 이 수치 SVB 사태 이전 기준입니다.

    미국이 2008년보다 더 큰 신용 경색 위기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경기 둔화 우려에도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는 올해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파월은 비둘기와 매 중 어디에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최근의 FOMC는 보면 성명서는 매파적이고,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비둘기적인 발언에 나서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그 반대였습니다. 주요 문구를 3가지로 추려보면,

    먼저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표현이 바뀌었죠.

    '지속적인(ongoing)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하던 것에서 '약간의 추가적인(some additional) 긴축'으로 수정됐습니다. 비둘기적인 변화로 시장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이 방점을 찍은 것은 "연내 금리 인하가 없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2%대로 가는 길이 멀고 힘들다"며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는다" 이렇게 못을 박았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기자회견은 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 은행권 금융 불안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는데요.

    파월 의장도 '일부 은행들의 심각한 위기'를 언급하며 회견을 시작했고, 실제 금리 동결도 검토했다고 말했습니다.

    거듭 강조한 것은 "미국 은행들의 시스템적인 문제가 아니다"였는데요.

    다만 "가계와 기업의 신용 어느정도 긴축 시킬 것"이라며, "지역은행발 신용공급 감소의 영향을 파악하거나 이에 대한 통화정책은 논하기에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죠.

    <앵커>
    그런데 여기서 파월 의장의 말과 옐런 재무장관 말이 엇갈리면서 오히려 투심을 긴장시키는 요소가 됐습니다.

    옐런 장관이 어제는 미 상원, 그리고 오늘은 하원이겠군요. 청문회에 나오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한겁니까?

    <기자>
    파월 의장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했는데, '예금 전액 보증'을 먼저 꺼낸 옐런 장관이 'Blanket Insurance(포괄적 보험)'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먼저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빌 해거티 상원의원 (공화당) : "장관님, 전국 모든 은행에 25만달러 이상 예금된 모든 계좌를 보호하기 위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겁니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현재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안도 아닙니다. 일부 은행의 실패가 시스템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일 때, 예외를 발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FDIC가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사례별로 결정합니다. 저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된 어떤 것도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

    당초 옐런 장관은 SVB와 시그니처은행 외에도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다면 추가적으로 예금 보호하겠다고 했었죠. 미 중소은행 연합이 "은행권 신뢰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모든 은행 예금 보호해달라" 요청을 했고, 옐런 장관도 여러 지역은행들로 확산되는 뱅크런을 막기 위한 발언에 나섰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화당 의원들이 '세금으로 모든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한다는 것이냐?' 지적하자, 금융시스템 상의 문제로 위기에 처한 은행에 한해서만 지원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죠.

    이를 두고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CEO는 "옐런 장관의 발언으로 예금 유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소규모 은행들의 피해는 더 크고 오래갈 것이며 신규 기업, 건설 대출도 타격 받을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제 최대 경제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금융 불안"이라며, "연준도 은행위기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 판단했겠지만, 예상보다도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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