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은행주…'배당'으로 투심 잡는다

박승완 기자

입력 2023-03-24 19:23   수정 2023-03-24 19:23

    4대 금융 '깜깜이 배당' 손질
    이자 잔치·주주 행동 '부담'
    급상승 연체율…건전성 우려
    <앵커>

    이렇듯 '거수기 이사회' 지적에도 불구하고 구조 개혁에 소홀한 금융지주들이었지만 주주친화책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자 잔치'로 호된 뭇매를 맞은 가운데, 배당 순서를 바꾸고, 금액도 키워서 기존 주주들을 달래고 주가 부양이라는 효과도 모색한다는 건데요

    경제부 박승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이번 주총에서 4대 금융이 일제히 배당 제도를 바꿨다고요?

    <기자>

    앞으로 금융지주 투자자들은 '깜깜이 배당'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신한, KB,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배당 절차를 바꾸기로 한 건데요. 배당 기준일에 앞서 배당액을 먼저 공개하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보고 주식을 더 담을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지 결정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에 더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는데요. 기존 상반기와 하반기에 2번 주던 배당금을 한 해 4차례 지급하겠단 겁니다. 분기 배당은 신한이 2021년 가장 먼저, 뒤이어 지난해 KB가 시작한 바 있는데요. 이로써 4대 금융이 전부 3, 6, 9, 12월에 배당을 하게 됩니다.

    <앵커>

    배당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자주하겠다는 건 분명 주주 친화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고 횟수를 늘린다고 전체 배당액이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금융 지주들이 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금융권은 지난달 2022년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구제척인 목표 수치까지 내놨습니다. 신한이 최고 40%까지, 하나금융이 중장기 50%까지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거죠. 이에 더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시킴으로써 주식 가치도 높일 계획입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결정이 미국의 선진 은행들을 벤치마크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 JP모건의 총주주환원율은 최고 99.8%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죠.(17~19년 기준, 삼성증권) 이에 비해 국내 금융 지주들은 채 30%를 넘지 않는 상황입니다. 미국 70%, 일본 45%와는 대조적이고요, OECD 평균 50%과 비교해 봐도 낮은 수준이죠.

    <앵커>

    보통 은행주를 배당주로 여기는 걸 놓고 보면 실망스러울 정도군요. 결국 이러한 금융 지주들의 주주 친화책, 주가 부양 위한 시도겠죠?

    <기자>

    낮은 배당 성향도 문제지만, 연말께 바짝 올랐다가 빠져버리는 계절성도 금융주 입장에선 고민거리죠. 국내 9개 은행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를 놓고 보면 실제로 연말 배당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 배당 확대 기대감에 상승세로 돌아서 1월 말 정점을 찍더니 오늘 종가 기준 20%(19.3%)가까이 빠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물론 이 같은 주가 하락엔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나, 지난달 윤 대통령의 '이자 잔치' 지적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금융 지주들이 당국 눈치에 주주환원을 강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권을 향해 막대한 이자 이익에 돈잔치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죠. 또 다른 이유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도 꼽힙니다. 올 초 얼라인은 4대 금융을 포함한 7개 은행지주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며, '주주제안'을 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죠.

    <앵커>

    물론 주주 환원이 투자자 입장에선 반길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최근 불안정한 금융 환경이 걱정이긴 합니다. 고금리 부담이 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 문제는 없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이 빠른 주주환원율 올리기가 바람직하지 못하고 하는 이유입니다. 주주환원은 예금자가 가져가야 할 돈을 주주들에게 넘겨주는 셈으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예금주들은 대부분 일반 국민들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 부실이 생길 경우 이들이 가져가야 할 자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고죠. 은행의 경영이 나빠져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클 수도 있다는 점. 무엇보다 고금리로 부실 채권이 늘어날 가능성과 부동산 침체도 부담인 지금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서병호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가뜩이나 건전성도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자기자본비율까지 낮으면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찍혀서 오히려 돈이 갑자기 확 빠져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기자>

    실제로 최근 국내은행의 연체율(2023년 1월 말 기준 0.31%)은 상승세에 있습니다. 자영업자 연체율(2015년 8월, 0.33%)은 통계치 발표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요, 가계 역시 2013년 3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나빠진 자산 건전성 문제가 수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다는 거죠. 주주환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나 규모를 고정시켜 두는 것이 오히려 은행의 자금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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