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매주 45만원"…아일랜드의 기본소득 실험

입력 2023-03-25 20:04  


아일랜드 정부가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아일랜드 남부 킬케니에 사는 만화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언 페이(32)의 사례를 통해 아일랜드 정부의 이같은 실험을 소개했다.

페이는 정부에게서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선발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6개월이 지난 현재 페이는 지원금으로 월세도 내고, 생계에 대한 불안감도 줄어들었다며 "이 돈이 없었다면 오늘 예술을 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문학·영화·시각예술·연극·서커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9천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냈고, 이 가운데 2천명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원자들은 문화 노동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 8천200명이 자격이 인정됐고 그중 무작위로 2천명이 뽑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선정에 작품의 질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 연간 1만6천900유로(2천364만2천원)에 달하는 돈을 향후 3년 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받게 된다. 아주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별도 구직활동 없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서린 마틴 아일랜드 관광문화예술부 장관은 "끼니 걱정은 예술가들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정책은 그들에게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NYT는 핀란드,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의 초기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직업을 가리지 않고 지원이 이뤄졌지만, 점차 문화 부문 종사자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미국 뉴욕에서는 예술가 2천400명에게 월 1천달러(130만원)씩 지급하는 민간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샌프란시스코와 미네소타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찬반 논쟁은 여전하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소득 보장이 다른 어떤 복지정책보다 나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일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공짜 돈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아일랜드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 대상 2천명과 별도로 아무런 금전 지원이 없는 대조군 1천명을 설정, 향후 생계와 예술활동에 어떤 차이가 벌어지는지 비교 분석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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