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토탈, 15일부터 '4조2교대'…MZ발 근무혁명

정원우 기자

입력 2023-04-05 19:10   수정 2023-04-05 19:22

    한화토탈 15일부터 '4조2교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
    <앵커> 12시간 씩 몰아서 일하고 이틀을 쉬는 4조 2교대 근무가 정유, 철강 등 대기업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 세대들이 선호한다는데요. 석유화학 기업 중에는 애경케미칼에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이달 15일부터 4조 2교대를 전면 시행합니다.

    먼저 이지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서산 대산공장에 '4조 2교대'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3개 공장 가운데 보수 작업에 들어가는 1공장을 제외하고 2·3공장에서 오는 15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화토탈에너지스가 화학사 가운데 선제적으로 이곳 공장에 4조 2교대 근무를 도입합니다. 이유를 알아 봤습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특성상 하루 8시간씩 일하는 '4조 3교대' 근무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4조 2교대는 4개 조 가운데 2개 조가 12시간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방식입니다.

    이틀 일하면 이틀 쉴 수 있기 때문에 1년의 절반 이상을 휴무일로 쓸 수 있습니다.

    한화토탈 측은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80%가 4조 2교대 도입에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다는 설명입니다.

    [장동문 / 한화토탈에너지스 노사협력팀장: 휴무일이 늘어서 젊은 직원들의 워라밸이 향상될 것으로 봅니다. 노사가 같이 TF를 구성해서 장단점과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최근 애경케미칼이 울산공장에 4조 2교대를 도입한데 이어 한화토탈이 전면 시행에 나서면서, 석유화학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자동화 비중이 높은 정유 회사들은 이미 4조 2교대를 운영 중이고,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 장시간 근로가 쉽지 않은 철강 업계에도 번지는 추세입니다.

    포스코는 이미 2011년부터 4조 2교대를 시작해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고 현대제철 역시 지난달(3월) 말부터 2교대 근무제로 전환했습니다.

    회사에서 기대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입니다.

    4조 3교대에 비해 교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충분한 휴식을 가진 직원들의 근로 의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장시간 근무로 인한 안전 사고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천탁 / 현대제철 홍보팀장: 아무래도 장시간 근로에 따른 피로도 누적이 걱정됩니다. 직원들의 건강 체크, 현장의 안전 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집중할 계획입니다.]

    고연차 직원들의 피로도나 교대 인원을 감안한 충원 요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강다림, CG: 김미주





    <앵커> 산업부 정원우 기자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4조2교대 근무라는게 실제 어떻게 돌아간다는 건가요?

    <기자> 4조2교대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4조는 근무조를 말합니다. 4개조가 편성됐다는 얘기입니다. 조가 많을수록 당연히 개개인의 근무 강도는 덜하겠죠. 24시간 공장이 가동되는 곳은 4조가 일반적입니다.

    2교대는 근무시간을 2번으로 나눴다는 얘기입니다. 24시간 근무를 하는 곳이라고 치면, 2교대는 12시간씩, 3교대는 8시간씩 근무를 하게 되는 형태입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도입되고 있다는 4조2교대는 4개조가 돌아가면서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것이네요.

    <기자> 예를 들어 4조3교대의 경우 '주주주 휴 야야야 휴' 이렇게 근무가 돌아갑니다.

    4조2교대는 '주주 휴휴 야야 휴휴' 이렇게 가는게 통상적입니다.

    일주일로 잘라서보면 3교대는 하루 8시간씩 6번 나오니까 주 48시간 근무가 되는 것이죠.

    2교대도 하루 12시간씩 4번 나오니까 똑같이 일주일에 48시간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하는 총량은 같은데 쉬는 날은 3교대가 하루인 반면 2교대가 3일이나 됩니다. 출퇴근에 쓰는 시간이 줄어들고 쉬는 날은 많아지는 것이죠. 중간에 이틀 연차를 쓰면 6일동안 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4조2교대가 어느정도 도입되고 있는 걸까요? 확산 분위기는 맞다고 봐야합니까?

    <기자> 일단 4조2교대 근무가 도입되는 곳은 대부분 석유화학과 정유, 철강과 같은 장치산업입니다.

    에쓰오일, GS칼텍스에 이어 SK이노베이션 지난 2월 9일부터 4조 2교대를 도입했습니다.

    최근 4조2교대를 도입한 SK이노베이션을 보면 기초유화 부문의 하루 평균 가동시간이 22.4시간입니다.

    LG디스플레이도 전자업계에서는 드물게 4조2교대를 도입했는데, 파주 생산라인의 하루 가동시간이 23.1시간입니다.

    대부분 24시간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되는 곳에서 4조2교대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른 제조 대기업들의 근무형태를 취재해봤는데요,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은 4조3교대, 요즘 뜨거운 배터리 회사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3교대, SK온은 필요에 따라 3조3교대, 4조3교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인데요. 2조2교대, 주야 맞교대에 주말 하루 정도 빼고 매일 출근이 보편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4조2교대를 직원들이 원한다고 해서 무작정 바꾸지는 않을 것 같은데. 회사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4조3교대를 하고 있는 곳에서 4조2교대로 바꾸는 것은 같은 인력으로 근무체계를 바꾸는 것이어서 수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용 문제보다는 근무체계 전환에 들어가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근무표를 바꾸는게 아니라 급여지급이나 연차수당, 출퇴근시스템, 휴게시설 등도 근무체계에 따라 바꿔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생산성 향상 뿐 아니라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회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에 가보면 4조2교대 근무를 '신이 내린 근무'라면서 부러워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4조2교대 사업장으로 인재들이 몰려가게 될 것이고, 근무 조건이 열악한 곳들은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앞서 조선업이 2조2교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24시간 조선소가 가동되지는 않지만 야근이나 특근 등이 과도한 실정입니다.

    조선업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근무 형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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