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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통계에 드리운 4가지 위기 시그널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4-13 18:39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사를 했을 경우 받는 구직활동 지원 수단을 실업급여(구직급여)라 하죠.

이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 한달간만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석달째 늘고 있는데요.

실업급여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알바 등이 아닌 상용직(1년 이상)과 임시직(1개월~1년 미만) 근로자만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일터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었는 얘기죠.

최근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며 고용시장에까지 한파가 불어닥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 고용에도 봄바람?…취업자 증가 폭 10개월만에 반등했지만

하지만 통계상 지표는 이상합니다. 수출도 6개월 이상 내리막을 걷고 있고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는데, 고용만 호조세인 겁니다.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22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46만9천명 늘었는데요. 이는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보다 15만7천명 많은 수치입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둔화했는데 10개월 만에 반등한 겁니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 62.2%)도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올랐는데요. 이는 3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부지표를 뜯어보면, 과연 '고용 훈풍'이라고 볼 수 있을 지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3월 신규 취업자 수에서 60대 이상을 빼면 오히려 취업자수는 7만8천명이나 감소했으니 말이죠.

실제 20대 이하 청년층은 취업자가 8만 6천명이나 줄어 다섯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경제허리인 40대도 6만 3천 명 줄어 9개월째 취업자가 줄었습니다.

60대 이상 취업자수가 늘어난 건 고령화에 일자리 수요가 많아진 결과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직접 일자리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경기둔화 여파에 올해 고용 한파가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자 고령층 위주의 직접일자리 채용을 늘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데요.

정부는 직접일자리 사업 조기집행을 통해 올해 연간 계획으로 잡은 104만4천명 중 1분기까지 92만8천명을 이미 채용했고, 상반기 연간 계획인원의 95.2%인 99만4천명 이상을 채용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습니다.

정부 일자리의 계약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데요. 지난 3월까지 직접일자리의 대부분을 채용했다면 올해가 가기 전 그 많은 직접일자리는 순차적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재계약 등을 통해 일자리 공급이 이뤄지겠지만 올 연말이 되면 고령층 일자리에조차 기댈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의미죠.

한 연구기관장은 "당분간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공급이 충분해 큰 폭의 고용 둔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코로나 직접일자리 공급으로 인한 이례적인 고용 호조의 기저효과 등이 사라지면 연내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경제 허리가 사라진다

고용에 있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건, 단순히 취업자 수나 고용률 수치가 좋다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일자리의 질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세부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용 한파 우려가 나오면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대목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입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만9천명 줄었는데요. 반도체 등의 수출 부진 여파에 석달 째 감소세를 보였는데, 감소 폭은 1년 7개월만에 최대였습니다.

제조업은 국내 주력산업인데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상용근로자가 많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힙니다.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3%로 가장 큽니다.

제조업 일자리가 노동유연성이 크지 않은 경직적인 일자리인데도, 감소 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제조업 종사자는 40대가 가장 많고, 20대 청년층이 가장 원하는 일자리이기도 합니다.

제조업 고용이 쪼그라든다는 건 경제 허리인 40대와 미래 인적자원인 청년층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것이나 다름 없겠죠.

더욱 문제는 핵심 일자리가 줄어든 자리는 단기·단순노무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가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가장 많이 취업자 수가 늘어난 업종은 보건·복지업(18만6천명, 6.9%)과 숙박·음식점업(17만7천명, 8.5%)인데요.

공공행정, 국방 및사회보장행정 부문의 취업자도 1만4천명(1.2%) 늘었고요.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로 담당하는 직접 일자리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노인 직접일자리는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 공공형 일자리가 약 70%로 주류를 이룹니다.

'고용 봄바람'을 이끈 1등 공신은 결국 임금이 낮은 일회성 일자리였습니다.



경기침체 그림자, 조만간 고용 덮친다

지난달 7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던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깜짝 감소했습니다.

단기 일자리가 줄어 '고용의 질'이 나아졌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경기침체의 그림자였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3월 36시간 미만에서는 건설업, 도·소매, 제조업 등 업종에서 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말했는데요.

소비둔화로 인한 내수 침체, 건설 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면서 단기 일자리마저도 사라진 셈입니다.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용 통계'가 말하지 못하는 진실입니다.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임금 수준에 젊은층들이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조선업·뿌리산업·보건·복지업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할 사람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1월 소폭 감소했던 빈일자리가 다시 증가해 2월 기준 빈 일자리 수가 21만개 수준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곳은 이뿐이 아닙니다. 정부는 국내건설업, 해운업, 수산업, 자원순환업 등 4개 업종을 추가적으로 인력난 지원 업종으로 선정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단순히 취업자 수가 증가만을 보여주는 '고용지표'의 대표적인 왜곡 사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고용 지표의 감춰진 진실이 밖으로 점차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은 경기 '후행지표'입니다. 기업이 미리 경기가 나빠지거나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인력을 뽑거나 줄이진 않으니깐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어 올 하반기로 갈수록 고용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고용이 경기 후행지표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 상황이 악화된다는 거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뽑아내기란 쉽지 않은 만큼, 기업투자를 통해 민간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이마저도 힘겨움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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