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인데 최저임금만…소상공인 "이러다 망해"

이민재 기자

입력 2023-04-18 19:22   수정 2023-04-18 21:41

    최저임금 전체회의 개최…"시작부터 난항"
    경영계·노동계 인상 VS 동결 의견 팽팽

    소상공인 "고용인 감축 추세, 한계 상황"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의결 어렵다"
    <앵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늘(18일) 첫 회의조차 열지 못했습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2000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맞물려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이민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노동계와 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하고 있습니까?

    <기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첫 회의가 갈등 심화로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2천원을 요구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4.7% 오른 금액입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8천원 수준입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소 동결이라는 입장을 거듭 내비친 바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해매다 얼마나 올랐습니까? 노동계가 요구한 것처럼 20% 이상 오른 적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1989년 20% 이상 최저임금 인상률이 오른 적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30여년 동안 그 정도 수준의 인상률은 없었습니다. 최근 10년간을 보면 4천원대에서 9천원대로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지난 2018년 16.4% 입니다. 다음으로는 10.9% 인상인데요. 가장 많이 보는 인상률은 5% 대 정도입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경제 수준에 비해 어느 정도입니까? 높은 건가요? 낮은 건가요?

    <기자>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경제 상황, 생산성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임금을 시행되는 나라들은 많습니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을, 중국은 지역 별로 다른 최저임금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두 개 지표를 따지는데요. '미만율'과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입니다. 먼저 미만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만율은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 법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을 말하는데요.

    이게 높으면 최저임금 정도의 급여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제도와 실제 노동 시장간 간극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경제적 격차가 벌어짐과 동시에 불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미만율이 경총 등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7%로 조사됐습니다. 2019년 16.5%에서 2021년 15.3%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2001년 4.3%와 비교하면 3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앵커>

    현재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건데, 더 올린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체 근로소득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은 어떻습니까?

    <기자>

    중위임금은 모든 근로자를 근로소득 기준으로 배열했을 때 정확히 중앙에 위치한 근로자의 임금을 말하는데요. 중위임금보다 최저임금이 낮으면 일부 근로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최저임금이 높으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2%로 OECD 국가 중에 8번째로 높았습니다. 미국 28%, 일본 46.2%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앵커>

    결론을 내자면, 아직까지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곳들이 많고,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저임금이 또 오르는 것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상공인연합회가 가장 먼저 나서서 최저 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경기 침체 등이 이유입니다.

    소상공인들은 사업체 당 영업이익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이후 회복세가 더디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마저 상승하면서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 측 인터뷰 들어 보시죠

    [ 박상희 /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 과장 :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용을 4명을 하고 있다가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고 매출은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고용을 3인으로 줄였다는 분들도 실제적으로 저희가 들은 사례 중에 그런 것이 있습니다. (대책 없이) 사실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계속 인상만 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 부분이 이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부담 능력에 한계 상황에 부딪히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고용 자체가 유지되고 그 다음에 장사 생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일단 동결돼야 합니다. ]

    <앵커>

    그래서 수년째 최저임금조차 못주는 취약 업종들에 대해서는 차등 적용을 하자 이런 논의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이 논의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경영계 측에서 계속해서 주장해왔는데 이번에는 노동 개혁과 맞물려 논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계는 차등 적용으로 숙박, 음식업 등 임금 지급이 어려운 업종에는 최저 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민정 기자 리포트 들어 보시죠.

    [전민정 기자 리포트 : "최저임금 못 줄 수도"…'복병'된 업종별 차등지급]

    <기자>

    지난해 10월 기준, 1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 비중은 9% 정도.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종의 경우, 전체의 23.6%에 달했습니다.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근로자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단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업종이든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에 이미 한계에 몰린 업종은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함께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오랜 숙원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양근원 / 경총 임금HR 정책팀장 :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고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최저임금 구분적용도 필요합니다.]

    저임금 업종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상희 /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 과장 : 최저임금 미만율의 경우 숙박이나 음식업종은 30%가 넘고 심할 때는 40%가 넘을 때도 있었거든요. 업종별 차등적용이 돼야 실질적으로 소상공인들의 고용 부담을 덜고 근로자들도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을 계속 해나가면서 상생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제안한 연구용역 결과까지 제출되면서 '1만원 돌파' 여부와 함께 업종별 차등화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최임위 구성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노동계는 올해도 업종별 구분 적용에 '절대 불가' 방침을 못 박은 상황.

    현재 최저임금법상 최임위에서 합의만 되면 업종별 차등 적용은 가능함에도, 노동계의 반대로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을 제외하곤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양대 노총은 연구용역조차 경영계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필요한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문턱을 낮춰주자고 호소하지만, '첫 회의 파행'이라는 불안한 출발에 업종별 차등 적용은 논의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앵커>

    특히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심한데, 이번 최저임금 결정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기한 내에는 마무리가 될까요?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말에 최임위 심의를 요청해 오늘(18일) 첫 전체 회의를 했는데요. 최임위는 심의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이를 의결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장관은 8월 5일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립이 심하다는 점인데요. 기한 내 최임위 의결이 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늘도 3시 정시 시작을 못하고 공익위원 불참 등을 이유로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지난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켰지만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차례에 불과합니다.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이 상정되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앵커>

    이민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성근, 김재원 영상편집 : 김준호 CG : 홍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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