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세금, 세금, 금리, 금리?…'네거티브 재테크’가 뜬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3-05-02 07:20   수정 2023-05-02 08:17



몇 년 전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고권종인 500유로 발행을 중단한다는 충격적인 발표에 우리 부자들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당시 ECB 총재 500 유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미국에서도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100달러 폐지를 주장이 지속돼온 만큼 앞으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부터 500 유로 발행을 중단한 것은 갈수록 대안화폐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고액권일수록 화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대신 뇌물과 탈루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ECB와 드라기 전 총재의 인식에 따른 조치다. 심지어는 테러와 조직범죄 재원으로 사용돼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500 유로 발행 중단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마이너스 금리 예치제 효과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은행이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쉽게 영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도모하라는 취지에서 추진된 조치다. 경험국의 사례를 보면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민간 예금의 마이너스 금리로 귀착된다.

민간이 예금할 때 마이너스 금리인 수수료를 낸다면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기보다 소비하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전에 은행에 예치했던 예금까지 인출해 시장에서 퇴장시킨다. 유럽의 부자들 사이에 개인 금고를 갖는 것이 유행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최고권종이 자연스럽게 선호되면서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져 경기는 더 침체된다.

주요국의 고액권 회수율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에서 100달러 회수율은 2013년 82%에 달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70%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국 등 세계 모든 국가도 비슷했다. 한국은 유독 더 심하다. 코로나 직후에는 5만원권의 회수율이 20% 내외선까지 떨어졌다. 5만원권 무용론과 폐지론이 동시에 나올 정도였다.

금융권에서 돈이 아예 퇴장되면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마이너스 금리제도 도입 이후 유럽,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국내총생산(GDP)/통화량(M2))와 통화승수(통화량(M2)/본원통화량)가 떨어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ECB, 일본은행(BOJ)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마이너스 금리제도는 정책 무력화 명제와 같은 연관이 있다. 통화정책의 무용론이 제기된 지는 오래됐다. 경제주체가 미래를 불확실하게 생각함에 따라 금리인하와 총수요 간의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통화정책 전달경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제로 금리정책을 일제히 추진함에 따라 이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제도는 일종의 화폐 환상인 민간의 ‘부채 경감 신드롬’을 이용하기 위해 적정수준보다 낮은 금리를 더 떨어드려 경기를 부양하는 극약 처방이다. ‘브라운식 통화정책’이란 별칭도 따른다. 하지만 가계부채 부실 등과 같은 경제 주체의 현금흐름 상에 문제가 있으면 경기 부양 효과보다 또 다른 위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씨티 그룹의 월럼 뷰이터 이코노미스트 등이 “앞으로 현금만 들고 있으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부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헬(hell 지옥) 세금’ 방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조치든 돈을 돌릴 수 있어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오는 구상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모든 현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방안까지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고권종 발행 중단, 보유현금 과세, 현금 폐지론 등을 강구하면 과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어떤 방안을 동원하더라도 여유 자금(현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인 선진국일수록 더 그렇다. 한국도 민간소비 기여도가 70%에 달한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해 왔어도 소비가 빨리 살아나지 못해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뉴 노멀 혹은 뉴 앱노멀 환경이 도래됨에 따라 경제주체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 생애주기가설(안도, 모딜리아니) 등 소비이론에 따르면 미래가 확실해져 기대소득(항상소득)이 높아져야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제 등은 기대소득을 낮추는 요인으로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우리 부자들이 은행의 예금을 기피하면서 최고권종인 5만원권을 금고에 쌓아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인플레 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은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금리제를 포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일본이 우에다 시대를 맞아 마이너스 금리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네거티브 재테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세금과 금리 등 재테크에 따른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재테크 환경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나타나는 새로운 조짐은 ‘포지티브 재테크’에서 ‘네거티브 재테크’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전자는 남아도는 돈을 굴려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종전의 재테크 개념이다. 이에 반해 후자는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데 들어가는 세금, 수수료 등을 줄여 손에 들어오는 가처분 수익을 늘리는 재테크를 말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과 보험 등이 대표적인 네거티브 재테크 금융상품들이다. 수익도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50년 이상 길어진 은퇴 이후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데 주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기대 수익이 예상되면 부채를 잘 활용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부채부터 우선적으로 갚아야 한다.

남아도는 돈을 투자해 수익을 내고 각종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로 자산관리다. 글로벌 선도 투자은행들은 자산관리에 주력한 지 오래됐다. 국내에서도 자산관리에 일찍부터 눈을 떠 이제는 탄탄한 수익기반을 갖고 가는 금융 전문 그룹이 있으나 대부분 국내 금융사들이 자산관리를 표방하고 있다.

자산관리를 표방하더라도 곧바로 금융사의 수익과 고객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뉴 노멀 시대라 종전의 이론과 관행으로 설명되지 않는 예기치 못한 상황, 즉 ‘노이즈(noise)'가 수시로 발생한다. 이때는 오랫동안 시장 경험이 축적돼 있어야 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해 고객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다.

설령 스카우트 등을 통해 단기간에 자산관리 인력을 갖춰다 하더라도 글로벌 경험이 없다면 금융사나 고객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낼 수 없다. 통계기법 상 요인분석을 통해 주가, 금리, 환율, 경우에 따라서는 부동산 가격 등 자산관리 수익변수의 결정력을 따져보면 한국의 경우 글로벌 요인이 80%, 우리 요인이 20% 정도 좌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와 한국 경제가 동조화 현상을 보일 때는 우리 경제만 생각해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탈동조화 현상을 보일 때는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 경제만 감안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면 커다란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자형 이론으로 볼 때 우리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단계에 진입해 성장률이 4% 이상 올라가기는 힘든 여건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력(insight)‘과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글로벌 재테크 수단을 적기에 우리 국민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망(network)'을 구축해야 제대로 된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글로벌 자산관리가 가능한 금융사만이 고객으로부터 환영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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