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날린 분양시장…실거주·세금 '발목'

방서후 기자

입력 2023-05-03 18:58   수정 2023-05-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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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미분양 아파트가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분양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3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도, 분양권을 거래하는 수요자도 눈치만 보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미분양이 줄었는데 분양시장 분위기는 왜 여전히 그대로인가요?

    <기자>

    지금 벌써 5월 아닙니까? 봄의 막바지입니다. 통상 봄은 분양시장에선 성수기로 통하는데 성수기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달 전국 분양 예정 단지는 2만7,400가구였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1만1,900가구로 계획 대비 40%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3월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달 전 조사할 때만 해도 전국에서 2만 가구 가까운 분양이 쏟아질 거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실제 공급은 60%에 불과했습니다.

    이달엔 3만 가구 넘게 분양 계획이 잡혀있다고는 하지만 더 일찍 분양하려다 못한 물량이 포함돼 있고, 그 마저도 1.3대책 후속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3~4월과 마찬가지로 계획보다 실제 분양되는 물량은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건설사들 입장에선 봄 성수기를 다 날린 셈입니다.

    <앵커>

    오히려 3월에서 4월로 갈수록 실제 공급 실적이 떨어지고 있네요?

    5월에도 비수기인 여름이 오기 전에 밀어내는 물량이 적지 않아 보이고요.

    왜 이런 겁니까?

    <기자>

    분양권을 사고파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분양시장을 살리기 위해 올해 초 1.3대책을 내놨습니다.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전매제한을 풀고 최대 5년에 달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문제는 전매제한만 풀렸다는 겁니다. 전매제한 기간 단축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달 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아예 주택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지난 2월 초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3월과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두 차례 열렸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해당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 남는다면 투자 목적의 분양권 거래는 사실상 막히는 셈입니다.

    전매제한이 완화돼 입주 전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됐지만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 뿐 아니라 분양권을 거래하는 수요도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지난 2월 4,100건을 웃돌던 전국 분양권 거래는 3월 3,700건, 4월 3,400건으로 점차 줄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사실 여야가 부동산 정책에 상반된 입장이던 만큼 법안 표류는 예상된 수순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책을 재고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커진 게,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갭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갭투자가 전세금과 매매가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하는 방식인 만큼 전세사기 수법으로 쓰일 수 있었던 것이고요.

    따라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으면서도 임대를 목적으로 분양받은 집주인이 향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주택법 개정안은 오는 10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을 둘러싸고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1일에 이어 오늘(3일)도 법안소위 처리가 불발되면서 이번 주 내 본회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를 하긴 쉽지 않죠.

    실제로 국토위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앵커>

    그럼 지금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만 없어지면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겁니까?

    <기자>

    걸림돌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현재 청약에 당첨된 뒤 1년 이내 분양권을 팔면 시세차익의 70%를, 2년 이내 팔면 차익의 60%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실제 부담은 최대 77%에 달합니다. 예를 들어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분양권을 판매해 시세차익 1억원이 발생하면 7,700만원은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분양권의 양도세율은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법 개정 사안이라 시행이 불투명합니다.

    결국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내걸었지만 후속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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