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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금리 곧 도달'한다면서도…파월은 왜 빠져나갈 자리를 만들었을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3-05-04 08:26   수정 2023-05-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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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있었죠. 미국의 기준금리가 월가 예상대로 0.25%p 올랐습니다. 기준금리 발표 전 오름세였던 미 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하락 마감했는데요. 우선 이번 5월 FOMC 성명문, 지난번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변한 것부터 살펴보죠. 지난 달까지 성명문에 있었던 긴축 정책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연준 내부의 물음표가 나왔습니다.


    3월 FOMC 기준금리 결정문에 나왔던 '2%의 물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요. 5월 성명서에는 이 문장이 '추가적인 정책이 적절한지 결정하기 위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등에 후행적인 영향을 끼치는 통화정책의 누적된 결과를 평가할 것'이라는 문구로, 조금 복잡하게 바뀌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들어오는 데이터들을 보면서, 그에 따라 추가적인 긴축정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입니다. 실제 이번 금리 인상 결정 자체는 만장일치로 이뤄졌지만,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을 주장한 인사들도 있었다는 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이었습니다.

    튼튼한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여전하다라는 평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또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여전한 자신감이었습니다. 3월 중순부터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그리고 FOMC 직전인 이번 주 초 '부자들의 은행'이라고 불렸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무너진 이후에도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튼튼하다'는 문장은 지난 3월과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FOMC 이후 시장에는 미국의 또다른 지역은행인 팩웨스트가 매각을 고려하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앵커>
    추가 긴축에 대한 연준의 확신이 줄어들었으니, 성명문만 보면 3월보다도 오히려 더 비둘기적인 입장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시장은 환호하지 않은 건지도 짚어봐야겠습니다.

    <기자>
    오늘 FOMC 기자회견 이후 월가 분석가들이 많이 바쁠 겁니다. 유난히 유보적인 제롬 파월의 말에서 시장의 흐름을 이끌 단서를 찾아내야하기 때문이겠지요. 성명문만 보면 큰 틀에서 잠재적인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믿기엔 의심스러운 부분도 남겨두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경로의 상방과 하방을 이번 FOMC를 통해 모두 열어놨습니다. 5월 FOMC가 마무리된 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연준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고 봤지만, 월가의 증권경제매체 배런스가 잡은 헤드라인은 '파월은 추가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월가는 왜 이렇게 엇갈리고 있는 걸까요?

    비둘기적으로 해석 가능한 금리결정문 발표 후,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통화정책이 최종 금리에 '거의 다'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거의 다 왔다는 건, 아직 다 오지 않았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지요. "아직 연준의 긴축 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렇게 금리의 상방 가능성을 열어놓는 한편, 반대로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던 단호했던 모습도 지웠습니다.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 부분 가운데 하나는 '연내 금리 인하가 정말 없느냐'라는 부분이었는데요. 여기에 대해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된다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건이 붙기 시작했지요. 이번 기자회견만 놓고 보면 시장에 정책 방향성을 알리고 소통하려는 모습보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약간 챗GPT의 대답을 듣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원론적인 발언을 내놓는 연준 의장을 비난하기 전에, 그런 태도가 보이는 함의를 살필 필요도 있겠습니다. 통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문이 비둘기파나 매파 어느 한 쪽으로 해석이 가능할 경우에 중심을 잡기 위해 성명문에 나온 성향과 약간 반대되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그런 '기술적 멘트'라기 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고충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일부 후회가 없지는 않다는 답변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시장의 소통을 강조해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FOMC에서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좀 더 높인 셈입니다. 이것은 결국 현재 미국의 경제 방향성이 불분명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요.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방법론만큼은 확실히 했는데, 만약에 들어오는 경제 지표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면 그만큼 정책 결정이 어려워지겠지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라, 연준 입장에서 방향성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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