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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월급만 연 1조인데…합의하면 끝?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5-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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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만큼 제 때 보상받는 것'.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체불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체불 임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 1조3,500억원에 이릅니다.


2018년 1조 6,500억원에서 다소 줄긴 했지만 1조원 밑으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 근로자만 24만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임금 체불 규모는 일본의 18배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인거죠.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지만…벌금형이 대부분

지난 1월 전북 장수농협 직원 30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장수농협에서는 심각한 집단 괴롭힘 외에도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고 4억원이 넘는 임금 체불이 드러났습니다.

이중 6건은 형사입건하고 총 6,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됐습니다.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노동력을 공짜로 도둑질 하는것이나 마찬가지인만큼,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현행법상 임금체불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체불액보다 적은 소액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문제.

벌금액이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도 전체의 80%에 이릅니다.

그나마 재판으로 넘어가더라도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처벌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실제 2020년 1심 재판에서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전체 1,247건 중 45건으로, 전체의 4%에 그쳤습니다.

세 건 가운데 한 건은 집행유예였고,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었습니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에 2회 이상 상습 체불을 일삼는 사업장이 전체의 무려 30%를 차지하고 있고요.


처벌 수위가 약하니 늦게라도 체불 임금을 지급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데도 체불을 범죄라 생각지 않는 사업주, 그래서 끝까지 임금을 안 주고 버티는 사업주 늘고 있는 거죠.




급여 석달 넘게 안주면, 신용대출도 어려워져요~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을 제대로 뿌리뽑는 데 형사처벌 중심의 기존의 제재방식으로는 임금체불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2회 이상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금액이 많은 경우 명단을 공개하거나 신용을 제재하고 있지만, 대상이 적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는데요.

정부는 그래서 제재 대상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재는 3년간 2회 이상 유죄 확정과 1년간 체불 총액이 3천원을 넘은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고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수준인데요.

앞으론 최근 1년 이내 근로자 1인당 임금을 3개월분 이상 체불하거나 5회 이상 체불한 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 1년간 정부 지원사업 혜택이 제한되고 공공 입찰에 들어갈 경우 감점 등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또 상습 체불 사업주의 임금체불 자료는 신용정보기관에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도면 대출과 이자율 심사,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울러 정부는 반복 체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재감독을 원칙으로 하고 재산을 은닉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구속 수사까지 나설 방침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주의 임금 지급 책임을 강화하면서 근로자는 체불된 임금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현행법은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융자를 받으려면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 여야간 이견이 없어 정부는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 합의하면 처벌 피하는 임금체불…악덕 사업주만 느는 현실

일각에선 임금 체불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인 현실에선 '반의사불벌' 폐지가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2005년 '반의사불벌' 조항이 도입됐는데, 이 조항은 임금체불은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사용자가 1심 선고 전까지 근로자와 합의하거나, 근로자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고단계에서 합의만 되면 늑장 임금 지급에도 고용주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셈입니다.


근로자들도 당장 생활고를 해결하기 우해 밀린 월급을 빨리 받는 것이 목적이고, 소송의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 등으로 근로감독관의 중재 등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 거죠.


이렇듯 사업주들이 임금을 밥먹듯 주지 않아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으면서 체불이 반복도는 만큼,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가 시행되면서 시정지시 등 행정지도를 통한 체불청산율이 법 시행 직전 해인 2004년 28.5%에서 지난해 59.8%로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에서 섣부른 제도 폐지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형사처벌 수준이 대부분 소액 벌금형인 점, 임금체불을 조기에 청산토록 하기 위한 제도 취지 등을 고려할 때, 합의가 줄면 밀린 임금을 더 늦게 받거나 못 받을 소지가 많아져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용부는 반의사불벌 조항은 도입 이후 체불이 줄어들고 청산율이 늘어나는 등 효과가 분명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제조업이나 건설업, 중소기업 등에서 발생하는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실태조사와 연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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