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인상…머뭇하다 한전 상반기 적자 8조

이지효 기자

입력 2023-05-11 19:00   수정 2023-05-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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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지난 4월부터 적용됐어야 할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당초 오늘(11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 다시 연기됐는데, 정부여당이 결정을 미루면 한국전력의 적자는 그만큼 늘어납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오늘 당정협의회에서 인상안을 결정하려고 했던 거 아니었습니까?

    <기자>

    당초 오늘 예정됐던 2분기 전기 요금 인상이 또 미뤄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전기료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었던 당정협의회가 막판에 취소된 건데요.

    표면적인 이유는 "준비와 세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 입니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의 자구책이 보강돼야 한다는 뜻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로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확실시 됩니다.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여 판매하는데, 그간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았고요. 그 결과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력한 인상 폭은 킬로와트시(kWh)당 7원인데, 최대로 올려도 10원 미만 수준에서 조율되는 중입니다.

    이르면 내일,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당정 협의를 거쳐 요금 인상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전기위원회 의결, 장관 인가를 거쳐 인상안이 최종 확정되며, 다음 날부터 바로 요금에 적용됩니다.

    한전도 이에 맞춰 부동산 분할 매각, 한전공대 투자 재검토 등 자구책을 내일 내놓을 계획입니다.

    <앵커>

    kWh당 7원을 올린다면 가계 부담은 얼마나 늘게 됩니까?

    <기자>

    7원이 오르면 4인 가구 월 평균 사용량 기준으로 전기 요금이 5만원을 넘기게 됩니다.

    온라인에서는 벌써부터 "한전 연봉부터 동결시켜라" "집안 기둥을 다 뽑아간다"라며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지난 1분기에 비하면 큰 폭의 인상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1분기 인상 금액인 kWh당 13.1원의 절반 수준이죠.

    당초 한전은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kWh당 51.6원을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는데, 분기 마다 13원 가량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인상 폭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긴 했지만, 앞서 보신 대로 그간 전기 요금이 너무 올라 서민 고통이 큰 상태입니다.

    따라서 한전의 자구책을 보강해 여론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번 인상으로 한전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냐,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33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전망입니다.

    예정 대로 인상안이 결정되면 매출이 3조 5,000억원 개선되는데 적자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냉방이 필요한 3분기, 난방이 시작되는 4분기에는 요금 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앵커>

    방금 한국가스공사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됐는데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문제죠?

    <기자>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여파로 동결됐던 가스 요금도 전기료와 함께 올릴 예정인데요.

    가스공사는 1분기 5,8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받지 못한 돈', 그러니까 미수금을 자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미수금을 놓고 보면 사실상 대규모 적자 상태입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1조원까지 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불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지금은 급한 대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요.

    한전이나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속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입니다.

    이미 한전은 올 들어 9조원, 가스공사는 1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발행 한도의 70%를 넘겼습니다.

    한전은 지난해 사채 발행으로 이자만 1조 4,000억원 발생했죠.

    결국 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안 빚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하루 빨리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부는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겁니까?

    <기자>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로 여론이 크게 악화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상 폭도, 시점도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관련해서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 듣고 오시죠.

    [이정희 /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인상폭 자체가 원래 계획보다 자꾸 줄어들잖아요. 현실화를 제대로 하면 좋은데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대해 국민 반발이 있거든요.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을 보여주라는….]

    인상 폭도 문제입니다. 필요한 만큼 못 올리다 보니 국민 불만은 커지고 한전 적자도 줄이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2분기 인상안이 결정되더라도 소급 적용이 불가능 합니다. 이미 40일 넘게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전의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전은 1분기 이미 5조원 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2분기 요금 인상이 없을 경우 상반기 적자는 8조원에 달할 것으로 흥국증권은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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