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석학 "韓 저출산, 이민보다 '이것'이 효과적"

입력 2023-05-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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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 인구학계 석학이 17일 방한해 "저출산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비혼·동거 출산에 더욱 개방적 문화·정책, 근로시간 단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이날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학술행사 주제발표와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콜먼 교수는 옥스퍼드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장, 영국 내무장관 및 환경·주택부 장관 특별보좌관, 옥스퍼드대 인구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1호 인구소멸국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가부장적 사회 문화, 과도한 업무 강도 등이 맞물려 서구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콜먼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사회진출이 확대되나 가사노동 부담은 가중되는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교육 격차는 줄어드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하며, 과도한 업무 시간과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출산율이 낮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등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서구 국가는 ▲ 점진적 경제 성장 ▲ 직업·노동의 유연성 ▲ 대규모 이민자 수용 ▲ 비혼·동거 출산 일반화 ▲ 일과 삶의 균형 등이 특징인데, 이와 상반된 한국 등 동아시아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출산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구·국가 소멸 언급은 여러 조건들이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다는 가정 하의 조건부적 전망이라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점차 적극적 조치를 하고 있으므로 출산율 악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언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콜먼 교수는 "이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한국 여성에게 결혼이 매력적이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꺼리게 되는 현실에 비해 저출산 정책·제도는 대체로 일시적이었고 시대 변화와 최신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먼 교수는 구체적으로 비혼·동거 출산에 더욱 개방적이고 너그러운 관점을 갖고 비혼 출산 가정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정책·제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혼·동거 가정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으로 가야 출산율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유럽 사례를 보면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생산성 손실이 많지 않고, 오히려 피곤함을 덜 느끼고 동기 부여가 된다고 실증적으로 확인된다"며 "근무시간 확대는 저출산 개선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며, 더 적게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구와 다른 한국의 특성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한 여성 고용 할당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입시 과열 역시 저출산 개선을 위해 필요하므로, 사교육 억제 목적의 과세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콜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업무 부담 개선, 고용 안정화, 직장의 육아지원 확대 등 기업이 선호하지 않을 만한 방법에 저출산 해법이 있을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적으로 출산·육아 관련 지원이 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주도록 모든 정책은 일관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고, 여야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먼 교수는 일각에서 저출산 문제 개선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민 정책은 한국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인구 규모를 유지하거나 인구 수 자체를 늘리려면 이민자 유입이 효과적이겠으나 출산율이 계속 낮게 유지되면 생산가능 인구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 구조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와 그 후손을 낳아도 생산 가능 인구에 편입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콜먼 교수는 난임에 대한 국가 지원이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저출산은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문제인데 소득 차등 지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정부는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으나 결과적으로 출산율 수치는 더욱 하락하지 않았는가. 문화·인식 개선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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