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나온 외래 흰개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 22∼23일 외래 흰개미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강남구 주택과 인근 세대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문화재청, 산림청, 강남구청, 경상대와 함께 정부 합동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흰개미가 주변으로 확산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흰개미는 최소 5년 전 주택을 지을 당시 나무로 된 건축자재나 가구를 타고 유입된 뒤 실내에서 생존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서식지는 주택 내부 문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여왕 흰개미를 포함해 총 253마리가 박멸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외래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과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 도메스티쿠스(Domesticus)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메스티쿠스종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호주, 중국, 스리랑카 등 한국보다 저위도에 위치한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내에 사는 경우가 많고 실외에서는 겨울을 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외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매우 작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흰개미는 인체에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나무를 갉아 먹어 문화재나 목조건물을 붕괴시키는 등 세계적으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마른나무흰개미과는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국내 흰개미와 다르게 건조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 한국응용곤충학회지에 전남 완도군 여서도에서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한 '통짜흰개미'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앞서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마른나무흰개미의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미 등 한국과 교류를 많이 하는 지역이고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분포하는데다 기후변화로 국내 환경이 이들에게 살기 적합한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동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이종호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방제과장은 "추가 발생 확인 및 대응을 위해 외래 흰개미 발견 시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라며 "외래병해충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 간 협력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른나무흰개미과 서식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 조사 반경을 설정하고 서식처 진단장비를 조사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흰개미가 있는지 없는지 유무 정도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라며 "열화상카메라와 내시경카메라 같은 것을 동원해서라도 반경 50m든 100m든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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