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섬 괌을 '슈퍼 태풍' 마와르가 강타하면서 현지 공항이 폐쇄되고 단전·단수 사태가 잇달아 한국인 관광객 3천명 이상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관광객들에 따르면 괌은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지금은 언제 태풍이 왔는지 모를 만큼 화창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지 공항은 태풍 피해로 폐쇄됐으며, 공항 복구와 운항 재개가 늦어지며 발이 묶인 여행객들의 피해도 길어지고 있다.
이날 괌 관광청은 공항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30일 공항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존 퀴나타 괌 국제공항 사장은 "비행장과 활주로의 잔해 제거 작업과 정비를 통해 필수 화물과 여객기 등 일부 항공편이 제한적으로 운항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항이 당국의 목표대로 오는 30일 열린다고 해도 여행객들은 앞으로 최소 사흘 이상을 더 체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 괌 주재 공관인 주하갓냐 출장소(이하 괌 출장소) 관계자는 "괌에 왔다가 비행기가 뜨지 않아 귀국하지 못한 한국인 여행객이 3천200여명 정도 된다"며 "대부분 호텔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여행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현지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의 인적·물적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지 관광객들은 호텔에서도 단전·단수가 계속되고 생필품이나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에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아내, 5살 아들과 함께 괌을 찾은 장모 씨(41)는 당초 24일 제주항공을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태풍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 해 어쩔 수 없이 호텔에 계속 머물고 있다며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인근 편의점에서 식사는 해결하고 있지만 5살 아이에게 줄 음식이 마땅치 않다며 "아이가 어려 버티기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소를 구하지 못 해 호텔 로비나 연회실에서 노숙하는 경우도 있다.
태풍으로 피해를 본 현지 주민들이 호텔에서 숙박하러 들어오는 등 다른 고객들로 인해 숙박 연장을 못 했거나 기존에 예약해 놓은 숙소가 태풍으로 피해를 봐 예약이 취소되면서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에서는 방을 나누어 쓸 사람을 찾거나 노숙 중인데 샤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광객들은 채팅방에서 호텔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000 주유소는 운영 중이다", "00 마트는 문을 열어 물건을 살 수 있다"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호텔은 평소보다 숙박비를 올려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일부 관광객은 당뇨약이나 혈압약 등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다 떨어졌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괌 출장소 관계자는 "우리 여행객들이 장기 체류로 복용하던 의약품이 소진되는 문제 등 급한 부분부터 시작해 요청이 들어온 사안별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 당국도 교민단체, 여행사 등과 긴급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신사와 협의해 관광객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SMS) 공지를 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며 "(관광객 가운데)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안내 중이며, 교민단체와 협조하에 임시대피소 마련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25일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르는 4등급(카테고리 4) '슈퍼 태풍'으로, 괌에 접근한 태풍 중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시속 241㎞ 이상의 돌풍이 몰아치면서 전신주가 쓰러지고 전선이 끊어져 광범위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으며, 단전으로 인해 상하수도 설비도 작동을 멈춰 다수의 주거지와 호텔 등에 물 공급이 끊긴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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