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 때리자 '울컥'...100세 부친 살해한 아들

입력 2023-05-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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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모를 폭행하는 100세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50대 아들이 실형을 받았다.

법정에 선 아들은 "말리는 과정에서 얼굴을 밀쳤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1심에 이어 2심도 머리뼈가 골절될 정도의 폭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58)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3월 16일 새벽 집에서 아버지 B(100)씨가 어머니 C(94)씨의 목 부위를 조르는 등 폭행하는 모습에 순간 화가 나 얼굴 부위를 여러 차례 때려 머리뼈 손상과 뇌출혈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4개월 만에 법정에 선 A씨는 "폭행을 말리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얼굴 부위를 1∼2회 밀쳤을 뿐이고, 미끄러진 B씨가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B씨의 눈 부위를 중심으로 머리와 얼굴 부위에 넓은 멍 등이 관찰되고, 머리 안쪽에서 광범위한 출혈이 관찰되는 점 등을 토대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검 감정서와 해당 감정서를 작성한 전문가의 진술이 A씨의 사인을 '외부 충격으로 인한 머리부위 손상'으로 지목하는 점도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뼈가 깨질 정도의 피부 찢어짐이 보이지 않고, 치매를 앓는 C씨는 거동이 불편해 그가 B씨 머리를 때렸을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심은 이 같은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소 우발적으로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보이는 점과 상당 기간 주거지에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이들을 돌봤다고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한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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