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집결한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4일(현지시간) 오후 폐막했다.
2박 3일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다. 국방장관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양국은 회의 기간 내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충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양국 군 사이의 위기관리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꺼려 깊이 우려스럽다"며 "책임 있는 국방 지도자들은 항상 대화해야 하며, 대화하기 적합한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 기간 오스틴 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의 회담을 제의했지만 중국은 거부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취한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과 리 부장은 개막 만찬에서 악수하고 짧게 인사했지만, 의미 있는 긴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상푸 부장은 이날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리 부장은 "중미가 격렬하게 충돌하거나 대항한다면 그것은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라며 "교류와 협력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각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군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한다면 중국 군대는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협력을 위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하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 40여개국 안보 관계자 약 600명이 참석했다. 본회의와 별도로 각국은 양자 및 다자회담을 열어 결속을 다졌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3국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3국 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 가동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외에도 중국, 일본,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 국방장관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된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현 상황에서 휴전하고 한국식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우크라이나와 서방국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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