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34주년…홍콩서 체포·연행 잇달아

입력 2023-06-05 05:14  


홍콩에서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맞아 경찰 수천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친 가운데 체포와 연행이 잇따랐다.

홍콩 명보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거리 곳곳에서 불심검문이 이뤄졌으며, 오후 6시를 전후해 야당 지도자와 민주 활동가 등이 속속 경찰에 연행됐다.

명보는 오후 7시께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한 백화점 앞에서 현지 군소 야당인 사회민주연선의 찬포잉 주석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찬 주석이 당시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촛불과 두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으며, 경찰이 즉시 그를 붙잡아 경찰차에 태워 갔다고 덧붙였다.

또 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막인팅 전 홍콩기자협회장이 경찰과 한동안 말다툼을 벌이다 경찰차에 실려갔고, 한 사회운동가는 산책을 하다가 경찰에 검문을 당했다고 전했다.

AFP는 오후 7시 30분 현재 코즈웨이베이에서 최소 10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여성은 연행돼가면서 "촛불을 들어올리자! 6·4를 추모하자!"고 외쳤으며, 검은 옷을 입은 채 '5월 35일'이라는 책을 들고 나온 남성도 연행됐다고 덧붙였다.

코즈웨이베이 쇼핑가는 지난 몇년간 톈안먼 시위를 기리는 장소로 떠올랐다. '5월 35일'은 중국에서 톈안먼 시위 기념일인 '6월 4일'이 검열에 걸리자 이를 피하기 위해 등장한 표현이다.

홍콩인들 사이에서 '그랜마 웡'이라 불리는 백발의 여성 활동가도 꽃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홍콩 경찰은 대테러 부대, 폭동진압 부대 등을 포함해 5천∼6천명의 경찰관을 빅토리아 파크와 코즈웨이베이 등 주요 지점에 배치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홍콩 경찰은 앞서 전날에도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해치거나 선동적 행위를 한 혐의로 4명을 체포했고, 공공의 평화를 해친 혐의로 다른 4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저녁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의 회원인 라우카이와 민주 활동가 콴춘풍이 홍콩 빅토리아 파크 주변에서 체포됐다.

라우카이는 촛불 그림과 '진실'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흰색과 붉은색 장미를 든 채 현장에서 "우리는 톈안먼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후 6시 4분에 24시간 단식을 시작할 것"이라고 외쳤다.

빅토리아 파크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1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빅토리아 파크 촛불 집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한 친중 단체가 3∼5일 현장에서 쇼핑 축제를 개최하겠다며 일찌감치 해당 장소를 선점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지난 수년간 6월 4일 저녁이면 톈안먼 시위를 기념하는 행위예술을 해온 예술가 산무 찬과 찬메이텅도 있다.

이들은 코즈웨이베이에서 "홍콩인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일이 6월 4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외쳤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목사 등 기독교인 360명이 서명한 '6월 4일 기념일 기도회' 청원이 현지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타임스에 전면 광고로 게재됐다.

이들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고도의 압박 아래 잊히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이를 지켜보고 추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주재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총영사관 등 외국 대표단도 사무실 창에 촛불을 전시하거나 톈안먼 34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추모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 당국이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자 홍콩에서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빅토리아 파크에서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최대 수십만명 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2019년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벌어진 후 홍콩 경찰은 2020년 코로나19를 이유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추모 집회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당시 2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 파크로 와서 촛불을 들어 올리자 경찰은 이후 해당 집회에 참석했던 26명의 야권 지도자를 불법 집회 가담 혐의로 체포·기소했다.

이후 경찰은 2021년과 지난해 6월 4일에는 빅토리아 파크를 아예 봉쇄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인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제한했다.

홍콩 보안장관은 톈안먼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특별한 날'에 국가안보를 해치려는 자들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 활동가 프란시스 후이는 이날 초우항텅 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부주석이 톈안먼 34주년을 맞아 34시간 옥중 단식을 시작했다가 독방에 감금됐다고 밝혔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여년간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단체이지만 당국의 압박 속에 2021년 해산했다.

이후 초우항텅 등 지련회 간부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런 가운데 중화권에서는 유일하게 대만에서 톈안먼 시위 추모 행사가 계속됐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이날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는 앞서 홍콩에서는 철거된 톈안먼 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세워진 가운데 수백명이 참석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또 오후 6시40분에는 타이베이 장제스 기념관에서도 대만과 외국 인권 활동가, 망명한 홍콩 정치인과 시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해당 촛불집회를 주최한 민간단체 화인민주서원의 청치엔위안 주석은 톈안먼 학살은 대만이 반드시 매년 기려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89년 자국민을 잔인하게 탄압했던 바로 그 중국 공산당이 지금은 매일 대만 인근으로 군용기와 군함을 보내는 군사적 압박을 통해 대만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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