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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신드롬…재조명되는 버핏의 투자기법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입력 2023-06-0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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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핏은 어떻게 돈을 벌었나?

한국 부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부자라고 여기는 워런 버핏이 일생동안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는 더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버핏은 돈을 벌기에 앞서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읽는 데 중점을 둔다. 세계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지, 각국의 인구구성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는 재산이 한 단계 늘어나는 것에 따른 만족도(한계효용)이 증가하더라도 그 자체로 만족하기보다 돈을 벌기 위한 인프라에 더 투자한다. 생애주기에서 유아기에는 부모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버핏은 이 시기에는 나중에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측기관이나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점이 눈에 띤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난 후 투자실행 단계에서는 ‘파레토 전략’과 ‘루비콘 기질’을 발휘한다. 우량대상만을 골라 투자하는 파레토 전략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하되, 일단 선택하면 루비콘강을 건너면 되돌아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 이때 참조하는 것이 ‘S’자형 이론이다.

청소년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듯이 이때는 재산이 늘어나면 한계효용이 체증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로 버핏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눈팔지 않고 돈을 버는 그 자체를 즐긴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언론이나 시장에 드러나는 일은 피한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인터뷰에 가능한 응하지 않는다.

재산증식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투자에서는 돈 이외의 다른 목적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노후도 대비하고 현재의 삶에도 보탬이 되는 색다른 투자방법을 중시한다.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시골 전원을 자주 찾거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예술가의 작품에 투자하기 위해 예술적 심미안을 가져보거나 장기 투자 목적으로 해변 휴양지에 저택을 사들여 지금 당장 삶도 즐기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때는 재산증식에 따른 한계효용이 늘어나지 않아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기다. 생애 재테크 상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부르는 이 시기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최근처럼 세계적인 부자로 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계효용이 떨어진 돈을 대신해 지금은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현재와 노후의 삶에 보탬이 되고 후에 재산 가치가 올라가는 투자대상을 선택하면서 세계적인 부자로 성장할 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재산이 많은 것이 신변 위협 등으로 부담이 되는 때는 재산증식에 따른 한계효용과 절대효용이 떨어지는 단계다. 이 시기에 버핏은 지금까지 벌어온 재산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쪽으로 중점을 둔다. 나눔과 기부를 통해 명성을 얻고 이 명성을 통해 또다시 재산을 늘려가기 때문에 실제로 재산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 등을 타고 두텁게 형성되는 ‘긍정적 편향’ 때문이다.

버핏이 지금처럼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부자가 된 것은 이 시기에 처신을 잘했기 때문이다. 졸부들은 재산을 움켜 져 죽어서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만 진정한 의미의 부자들은 재산 이외 사회적인 책임을 다함으로써 죽은 후에도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존경받는 부자로 남는다. 영원한 부자가 되는 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투자방법이 바뀌는 시기와 돈에 대해 느끼는 효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버핏이 되라는 것은 아니고 될 수도 없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세계 부(富)의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생애주기에서 단계별로 요구되는 ‘젊음과 모험→중용과 지혜→겸손과 배려’가 재산증식 과정에서 그대로 수용해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일수록 세계적인 수퍼 리치로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벌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나 단순히 재산이 많고 적음에 가치가 매겨지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우리 부자들은 세계적인 부자들에 비해 돈에 갇히고 돈을 이기심에서 움켜쥐는 소위 ‘졸부형’ 부자들이 많다.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진정한 의미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에 열리고 남을 배려하는 가운데 돈을 버는 부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부자들의 모습은 어떤가?


▶ 위기 때일수록 돈 많이 버는 ‘진짜 타짜’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투자 손실액이 전 세계적으로 약 1경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만큼 실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재앙’이었다. 특히 정보 취득이나 투자심리를 다스리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인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입어 극단적인 선택 등 사회적인 변리 현상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자 사태를 계기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에 전 세계인을 또한번 놀라게 한다. 코로나 사태 때는 더하다.

버핏과 같은 세계적인 부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 사태처럼 각종 위기가 발생한 직후 큰돈을 벌기 위해 즐겨 쓰는 방법이 ‘체리 피킹(cherry picking)’ 기법이다. 본래 마켓팅 용어인 체리 피킹은 요즘에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경제여건이나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에 속한 주식이나 업종에 속한 주식만을 골라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각종 위기 때 버핏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유한다. 체리(과도하게 떨어진 주식)나무로 가득한 과수원(증시)에 빈 봉투(포트폴리오)를 갖고 들어간다. 가까운 체리 나무에서 탐스럽게 잘 익은 체리를 딴다. 그다음에 옆의 나무로 이동해서 또 좋아 보이는 체리를 따서 담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빈 주머니에는 가장 좋은 체리만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고 체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큰돈을 벌 수 있다.

체리 피킹은 그 특성상 버핏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활용할수록 더 큰 효과가 난다. 버핏이 체리 피킹으로 주식을 산다면 먼저 그 주식의 저평가된 가치가 부각된다. 또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되면 될수록 버핏이 사들인 주식에 대한 확정적인 편향까지 생겨 그때까지 생각지 않았던 투자자(FOMO)들의 주식 매입을 부추키면서 주가 상승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가 하락률을 토대로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국가는 중국, 한국, 동유럽, 중남미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인 피해업종인 금융주와 건설주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정 증권사가 보유한 업종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점이 특이했다.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큰돈을 벌어 재산 규모가 한 단계 더 뛰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버핏이 체리 피킹을 하더라도 주식을 사들일 때는 철저하게 ‘피라미딩(pyramiding)’ 원칙을 지킨다는 점이다. 피라미딩은 주식을 살 때마다 투자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매입 주식 수를 적게 가져가는 방법을 말한다. 무한정 사들인 종목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회계 원리상 선입선출법에 따라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과감하게 차익 실현에 나서는 기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체리 피킹을 통해 금융 불안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주가가 회복되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와 업종의 편입비율이 높은 글로벌 적립식 펀드에 매월 일정액을 넣어두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버핏이 체리피킹할 때 피라미딩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탐욕은 반드시 실패로 끝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자들도 이 원칙만은 의외로 잘 지킨다.


▶ 버핏의 돈버는 신투자 기법…‘트라이앵글 골든 룰’

최근 들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적용될 평가 잣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 선도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고, 이를 위해 △도전적인 목표 설정 △신사업 조기 가시화 △가치 있는 제3의 섹터 등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 경영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 경영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경향을 수용해 새로운 경영표준을 정하고 속속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각국의 산업정책에 있어서도 이런 환경에 맞춰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한때 정보기술(IT) 산업에 주력했던 각국의 산업정책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조업을 재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고용창출 효과가 큰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오랜만에 ‘르네상스’라는 용어가 붙을 정도로 각국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데에는 거시정책 목표를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체감경기 개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물가가 추세적으로 안정된 시대에 있어서 체감경기를 개선한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목적을 달성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주력산업이었던 IT산업은 우선순위가 뒷전에 물러설 수밖에 없다. IT산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산업이 주도가 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6년 전 미국과의 경제패권을 겨냥한 ‘제조업 2025’을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던 중국이 2021년 3월에 열렸던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 이후 바뀌었다. △해외상장 제한 △민간기업 빅데이터 공유 △반독점법 적용 확대 등을 통해 빅테크 기업을 이중삼중으로 옥죄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으로 ‘아마존 킬러’로 알려진 리나 칸을 임명한 이후 △경쟁사 킬러인수 규제 △핵심인력 빼내기 제한 △망 중립성 확보 △제품 수리권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날로 심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행위를 규제해 자국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자체적으로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력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크다. 국민(중국의 경우 인민) 화합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횡재 효과’를 누린 빅테크의 이익을 ‘상흔 효과’로 거리로 내몰리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그리고 MZ세대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최저법인세율 15% 부과안에 주도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넘어 130개국 이상이 합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카카오 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불루에 고객을 몰아주고 정작 유료 회원은 뒷전에 내몰리는 등 배달 서비스, 골프장 이용 등에 테크래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크래쉬가 갈수록 범세계적인 성격을 띰에 따라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이 전개될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은 디지털 경쟁정책 라운드(DCR?빅테크 독점 규제), 디지털 기술 라운드(DTR?헤킹과 랜섬웨어 차단), 디지털 노동 라운드(DBR?빈곤층 고용 차별 금지), 디지털 환경 라운드(DGR?무관세 모라토리움 방지) 등 이른바 ‘4DR’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맞이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빅테크 산업 이후 새롭게 주력산업으로 떠오를 새로운 ‘알파 라이징 업종’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α)’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기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

코로나 사태를 맞아 K자형 양극화 구조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동반자 관계설정,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과 함께 가는 새플리-로스 공생영역인 ’임팩트‘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 ‘임팩트, 즉 Empact’란 감정이입을 뜻하는 ‘Empathy'와 사회적 연대를 나타나는 'Pact'가 결합된 용어로 사회적 연대경영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행하는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알파 라이징 업종, 새플리-로스 공생 업종 간에 ‘3대4대3’ 혹은 ‘4대4대2’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원칙을 '삼각 황금률 경영(triangle golden rule management)'이라 부른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삼각 황금률 경영’에서 중시하는 업종들은 친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공통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버핏은 이 점을 중시해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과 버핏의 신투자 기법은 국내 기업인과 투자자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 부자들의 공감도도 상당한 수준까지 와있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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