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여"…연일 산불 미세먼지 뒤덮인 美동부

입력 2023-06-0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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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부의 대규모 산불로 발생한 미세먼지와 연기가 남하하면서 8일(현지시간) 미국 동북부가 연일 잿빛 하늘에 뒤덮였다.

전날 뉴욕시에 있어 이날 수도 워싱턴DC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준에 다다르면서 주민 수백만 명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 등 필요 물품을 비축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 시 정부는 이날 대기질 등급(AQI)에서 두 번째로 나쁜 '보라색'(purple) 경보를 발령했다.

AQI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농도에 따라 대기질을 0에서 500으로 수치화하고 '녹색→노랑→주황→적색→보라→적갈색' 6등급으로 구분한다.

'보라'(201∼300)는 연령이나 호흡기 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DC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보라 경보를 발령한 것은 처음으로 전날에는 한 단계 낮은 적색이었다.

DC 남쪽에 있는 버지니아주 프랑코니아 등 일부 지역은 위험 등급인 '적갈색'으로 분류됐다.

DC 시장실은 대기질 악화가 9일까지 계속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시민들에게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밖에 나갈 경우 N95나 KN95 등급의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했다.

뮤리얼 바우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밖에 꼭 나가야 하는 게 아니면 나가지 말라"고 강조하고서 도로포장, 쓰레기 수거 등 필수적이지 않은 시 서비스를 최소 하루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공립학교에서 체육 수업과 스포츠 경기 등 야외 활동을 중단했다.

시내 각종 행사도 연기·취소됐다.

워싱턴DC의 프로야구(MLB)팀 워싱턴 내셔널스는 이날 예정된 경기를 오는 22일로 연기했고, 국립동물원은 "동물과 직원,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하루 문 닫았다.

주민들은 출근이나 애완견 산책 등을 위해 밖으로 나갈 때 마스크를 착용했고, 자녀가 보통 걸어서 등교하는 가족들은 카풀을 운영했다.

아마존과 일부 시내 매장에서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판매가 급증했다.

전날 미세먼지(PM2.5) 농도가 1999년 집계를 시작한 뒤로 최대치를 기록하며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던 뉴욕시는 먼지가 더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이 좀 나아졌다.

다만 바다로 밀려난 먼지가 해풍 때문에 다시 뉴욕시로 유입되면서 대기질이 또 나빠질 수 있다고 시 정부는 경고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깐 숨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므로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안일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뉴욕시민은 1966년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낸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가 3일간 도시를 감싼 '죽음의 연무'(killer smog)를 연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산불 연기로 수백만 명의 건강이 위협받자 정부가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저녁 백악관 마당에서 주최하기로 한 성소수자의 달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캐나다에 600명이 넘는 소방관을 파견했으며, 정부의 화재 대응을 총괄하는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캐나다 정부의 소방관과 소방장비 추가 요청에 신속히 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방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는 오전에 청문회를 열어 정부의 산불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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