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은 옛말…'헉' 소리나는 엔화 수요

입력 2023-06-18 07:45   수정 2023-06-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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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과 환차익 등을 고려한 엔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월 엔화 매도액은 301억6천700만엔(약 2천732억원)으로 4월(228억3천900만엔)보다 73억2천800만엔 증가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원화를 받고 은행 입장에서 엔화를 내준(매도) 환전 규모가 300억엔을 훌쩍 넘어섰다는 뜻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달(62억8천500만엔)의 4.8배 수준이다.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9월 91억8천300만엔에서 10월 약 2배인 197억3천300만엔으로 뛴 이후 월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엔화 환전(원화→엔화) 건수는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월 엔화 환전액이 가장 많은 A 은행의 환전 건수(14만1천743건)는 4월(7만8천643건)의 거의 두 배일뿐 아니라 작년 5월(1만8천41건)과 비교하면 약 8배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 해제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엔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해지면서 당장 쓸 일은 없어도 미리 바꿔두고 환차익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천978억5천900만엔에서 이달 15일 현재 8천109억7천400만엔으로 16%(1천131억1천400만엔·약 1조243억원) 급증했다. 작년 6월 말 잔액(5천862억3천만엔)보다는 38%나 많다.

이 예금 잔액의 상당 부분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의 예금인 만큼 무역 결제 수요 등에 따라 달마다 변동성이 크고 증가 요인도 다양하지만, 여기에도 엔저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예금 증가분이 모두 엔저에 따른 투자 수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기업이나 개인이나 엔이 싸면 향후 엔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사두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엔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엔화 환전이나 예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원화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엔화는 달러·유로 등에 대해 모두 약세다.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엔화는 1유로당 152엔을 넘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엔/달러 환율도 1달러당 141엔대에 올라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만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조에 변화가 없다면 엔저 추세가 이어져 원/엔 환율의 경우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를 '안전자산' 관점에서 투자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 엔화 강세를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며 "투자 자산 가운데 너무 큰 비중을 엔화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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