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강남' 노리는 청량리…거리엔 이삿짐·노숙자 뒤엉켜 [양현주의 家봤습니다]

양현주 기자

입력 2023-06-23 18:11  

    <<부동산은 품이 많이 듭니다. 배경지식 없이 집을 보러 가신 분들은 가격을 듣고 갸우뚱했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단순히 집 하나만이 아니라 주위 환경, 향후 인프라 확충 등 살펴볼 것이 많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먼 부동산, 경제방송 기자가 '家봤습니다'를 통해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여기가 예전에 청량리588이었어요. 우리 집이 근처인데 애들은 일부로 멀리 둘러서 오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몰라보게 달라진 거예요"(인근 주민 A씨)

    서울 3대 집창촌 청량리가 초고층 주거 단지로 천지개벽 중입니다. 청량리역 6번 출구를 지나 5분 정도 걸으면 고개를 들어야 겨우 옥상이 보일 정도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합니다. 청량리 3대장으로 꼽히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59층·1152가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65'(65층·1425가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40층·220가구)입니다. 이들 단지가 들어선 공간은 1980~1990년대 성매매 업소가 성행했던 곳입니다. 그간 불편한 이미지 때문에 개발에서 소외돼 왔지만, 최근 재개발로 동북부 랜드마크를 꿈꾸는 모습인데요. 일각에선 청량리가 '강북의 강남'이 될 거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직접 현장을 찾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 연내 3,200가구 입주…청량리 주거·상권 중심지로 발돋움

    지금 청량리는 6월 3일부터 시작된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입주로 분주합니다. 이삿짐 차량과 방문객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모습입니다. 7월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65 집들이가 시작되는데, 연초 입주를 완료한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와 인근 단지들까지 합치면 연내 총 3,200가구 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지는 셈입니다.

    불과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쏟아지는 입주 물량에 발맞춰 상권 개발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량리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 단지 대부분은 주상복합입니다.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지하 2층부터 3층까지 상업시설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롯데캐슬 스카이-65 역시 인근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과 연계해 상권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앞으로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상권 개발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발이 완료되면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2m 거리에 거주 인구가 25만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장 3천 가구 정도 들어오면 거주 인구 3명으로만 잡아도 1만 명에 육박하는데 짧은 거리에 수요가 많으니 상권이 몰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교통호재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도 상권 형성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과 분당선·경의중앙선·경춘선·KTX강릉선·중앙선 등 6개 노선이 운행 중입니다.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 노선,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 4개 노선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오는 2030년 GTX B·C노선이 차질 없이 개설되면 하루 평균 15만여 명 수준인 청량리역 유동인구는 3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청량리역 일대가 서울역, 용산역을 이은 신흥 교통 요지로 떠오르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청량리 일대 상가 가격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한양 수자인 1층에 위치한 한 상가의 경우 평당 1억 5천~1억 6천만 원 수준. 2층은 이보다 낮은 6천~6천 5백만 원입니다. 다만 입주 초기인데다 높은 상가 가격에 아직까지 비어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마천루 뒤편으로 노후상가 즐비…"주변 정비 단기간엔 쉽지 않아"

    엄청난 개발 속도에도 청량리가 '강북의 강남'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량리 인근은 높은 마천루로 천지개벽한 모습이지만,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남측 바로 뒤편으로는 수산시장 등 노후된 저층 건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 역시 재개발을 추진 중이긴 하지만 단기간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생업이 걸린 만큼, 철거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구역 내 신축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재개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대문구청 민원통합상담창구에 접수된 노상방뇨 관련 민원
    주민들 입장에서 노숙인들도 골칫거리입니다. 현재 3대장 마천루 사이로 1,000평 규모의 대규모 공원이 조성될 예정인데, 주변 환경이 정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원이 생기면 노숙인 쉼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6월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동대문구청 홈페이지에 접수된 민원 중 노숙인 노상방뇨 관련 건이 상당수였습니다. 노숙인들이 주로 찾는 무료급식소 '밥퍼'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까지 합하면 6월에만 100건이 넘습니다. 최근엔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밥퍼 철거를 위한 서명운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학군 등 교육여건도 청량리역 인근 최대 약점으로 꼽힙니다. 가까운 곳에 학교가 위치하지 않는 데다 통학길도 아직은 어수선합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까지 직접 걸어봤는데, 어른 걸음 기준 신답초, 전농초, 전곡초까지 각각 10분, 18분, 21분가량 소요됐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더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학교를 설립할 때 인근 6m 이내 유흥시설이 없어야 하는데, 아파트가 상업지역에 위치한 만큼 당분간 학세권 형성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장기간 시간을 두고 봤을 때 청량리 일대가 동북권 핵심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었습니다. 여 수석연구원은 "청량리는 현재 서울 동북권 중심인 왕십리 그 이상의 광역 교통망이 밀집해 있다"며 "랜드마크 주택들이 입주되면 그에 따른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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