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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묻은 작업복 세탁으로 시총 65조…상상 초월 '이 기업' [바이 아메리카]

입력 2023-06-30 18:21  

락토핏 당케어 광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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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업을 일으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필요한 조건이 뭔지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돈? 운? 한 번은 통하겠지만 이것만으론 오래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경기가 호황이어도 불황이어도 장사를 계~속 할 수 있고, 반짝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딱! 잡고서 조금 비싸도 써야만 하는 사업이라면 어떨까요?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시작된 골드러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던 당시에, 진짜 큰 돈을 벌어들인 건 곡괭이, 텐트, 청바지를 팔던 사람들인 것처럼 말이죠.



인공지능에 로봇이 등장한 지금 시대에도 사람들 사는 데에 필수적인 걸 쥔 사업이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처럼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진짜 현실, 공장, 식당 체인에 기름 때 닦아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더러운 곳들 깔끔히 처리해주는 것만으로 매년 순이익 1조원씩 쓸어담는 회사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비싸도 빌려쓰게 만드는 북미 유니폼, 청소, 응급 용품의 표준이자,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자들에게 팍팍 쥐어주는 알짜 배당주 '신타즈(티커명 CTAS)'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엔 학교마다 교복입던 시절이 있었죠.

교복 광고 모델이 곧 연예인 인기를 증명하고, 대기업이 달라붙어 학교와 계약을 맺은 체인점을 늘려가던 현금 수익원이기도 했습니다.

유니폼 렌탈 기업, 신타즈가 하는 사업 방식도 비슷합니다.



보안 요원, 호텔 직원, 요리사, 의료용 가운, 온갖 작업용 유니폼을 기업이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해주고, 정기적으로 세탁해 대여해줍니다.

기름 때에다 온갖 작업장 분진이 달라붙어서 가정용 세탁기론 도저히 빨아입기 힘든 옷들이니 돈 주고 쓰는 편이 효율적인 겁니다.

이건 기본이고 건물 로비마다 놓인 바닥 매트에 회사 로고 새겨서 관리해주고, 일회용 장갑, 기업 맞춤형 안전장구, 퍼스트에이드 응급용품 등 온갖 잡다한 물품을 함께 패키지로 렌탈해줍니다.

길고 긴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염된 병원, 청소해야하는 공간들은 곧 다 이 회사 손바닥 안의 수익원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시총 65조 거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초기의 신타즈는 정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어요.

창업자 아멜리아 파머, 닥 파머는 본래 서커스 공중 곡예사였지만, 대공황으로 졸지에 일자리를 모두 잃게 돼요.

곡예하다 치아도 망가진 이들은 살기 위해, 생계형으로 기름에 찌든 걸레를 처리하는 세탁소를 차려 대대로 키워가며 사업을 키워온 거예요.



세계대전을 이후 미국 제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세탁해줘야 할 헝겊 뭉치들의 수요가 늘고, 이 수익으로 경쟁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기 시작합니다.

1965년 이후 유니폼 사업에 진출해 직접 원단 가공을 시작하고, 손자 리처드 딕 파머가 물려받은 뒤엔 유니폼 경쟁사인 인더스트리얼 타월&유니폼(1980년), 유니톡(1999)마저 흡수하며 미국 최대 유니폼 렌탈 서비스 회사로 성장한 곳입니다.



무슨 유니폼이 돈이 될까 싶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하거든요.

코스트코, 월마트, 타겟 등 대형 유통매장과 맥도날드, 치폴레 등 음식점, 일반 기업체와 호텔, 병의원까지
미국내 유니폼 시장은 연간 12조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신타즈는 유니퍼스트 등 후발 주자의 견제에도 시장의 39%를 쥐고 있는 최대 기업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구요.

특히 작업복 분야에서 점유율이 견고한데, 지금은 패션 브랜드로 더 유명해진 칼하트(Carhartt)와 2010년부터 독점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에요.

본래 칼하트는 리바이스처럼 튼튼하고 오래 물려쓸 수 있는 작업복 브랜드로 유명해요. 과거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을 시작으로 표준 작업복처럼 지금까지 쓰이고 있고, 북미에선 신발은 나이키, 작업복은 칼하트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구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매튜 매커너히도 입고, 그를 찾아 나선 딸도 입고, 이제는 등산복에 명품 조합이 유행인 덕분에 칸예웨스트도 찾아 입는 브랜드입니다.

그러니까 너도나도 선망하는 작업복 1위 브랜드가 유니폼 종합 렌터 1위 기업이 만나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거죠.



지금은 파머 가문의 증손자인 스콧 파머 회장이 이끄는 엄청난 가족기업인 신타즈의 연간 매출은 10조, 이 가운데 10% 이상 순이익을 내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조 6천억원, 배당에 자사주 사고 빚을 상환하고도 현금 천억이 남을 정도의 현금왕인 회사입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도 아이마켓코리아, 써브원 등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라고 하는 기업의 유지, 보수, 운영 등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곳들이 숨겨져있는데, 따박따박 현금을 쥘 수 밖에 없으니 창업자들이 남에게 잘 맡기지도 않습니다.



신타즈는 남들이 하지 않는, 기름 때묻은 걸레, 오염된 장갑과 의류를 새것처럼 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 나름의 해자를 만들었고,
9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인플레이션이 닥쳐 가격을 올려 받아도 기업이 필요해서 찾는 안정적 사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 돈으로 지난해 2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했고, 배당은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약 22%, 40년 이상 배당을 지속한 '배당 귀족주'입니다.
워런버핏이 사랑한 코카콜라, 쉐브론 못지 않은 숨은 배당주라고 봐도 되겠죠.



지난해 보고서 기준 영업이익은 3년간 36% 꾸준히 늘면서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약 80%, 10년 사이 10배나 오른 종목이기도 합니다.

1주당 가격은 60만원 가까운데도 매분기 시장 기대보다 높은 실적을 내면서 월가 투자의견은 매도 의견없이 보유, 매수를 제시하는 기업이고요.



자, 사실 뜯어보기 전엔 그냥 청소회사아냐? 유니폼 회사가 뭐 어디가 대단해? 싶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유니폼 카탈로그로 별의별 옷들을 소개하고, 산업용 세탁소분야만 깊이 파고든데다, 아예 작정하고 미국 최고의 화장실 컨테스트까지 열어가며 뚜렷한 강점을 오래 각인시키는 기업이에요. 더럽다고 피하는 일들 뒤에 돈이 숨어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회사라는 거죠.

(신타즈 사업영역 / 자료:cintas)

돈도, 운도 아닌 꾸준히 남들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아이템을 쥐고, 이젠 복제 불가능한 사업을 구축한 회사.

테슬라, 엔비디아에 관심이 쏠린 이 시대에도, 화려하지 않지만 성공의 정석을 배워야할 기업으로 오래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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