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9주기를 맞아 추모하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전날 조부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사실 자체는 당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공개했지만, 관련 사진이나 영상은 9일 밤까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전날 TV를 통해서는 아나운서 멘트만으로 참배 소식이 전달됐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김일성 기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고, 그 모습이 빠짐없이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김정은 공개활동에서 이같은 이례적인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전원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6∼18일 노동당 8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은 사진을 통해 공개됐지만, 그의 연설이나 주요 발언은 보도되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래 지금까지 열린 15번의 전원회의에서 연설이나 발언 내용이 관영매체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당대회와 겹쳐서 열린 전원회의를 제외하고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최근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현지지도를 포함해 거의 식별되지 않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은 미식별 기간에 대체로 더 중대한 관심사항이 있어 거기에 몰두하거나, 적절하게 텀(기간)을 두면서 공개활동의 공백이 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전원회의를 제외하면 정찰위성 발사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5월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면서 위성 발사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4월까지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했던 위성사업은 한 달을 넘긴 5월 31일 시도됐으나 결국 2단 로켓 엔진 결함으로 실패했다.
김정은의 '주력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지난달 전원회의에서 연설이 생략되거나 공개되지 않은 배경으로 연결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조만간 정찰위성을 재발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로, 김 위원장은 이 사업을 마무리 짓고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오는 27일은 북한이 '전승절'로 칭하는 6·25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인 만큼 행사 주목도 극대화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올해는 북한이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으로 군사 성과를 대거 과시하는 열병식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홍 실장은 "주요 무기를 열병식에 더 화려하게 등장시켜서 스포트라이트를 거기에 집중시키는 데 오히려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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