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던 국내 증권사들, 이번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의 약 60%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후순위·지분성 투자인 만큼 손실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커집니다.
조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금융기관들이 홍콩의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에 빌려준 28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이 증발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래에셋 계열의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오는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대출 해주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9년 미래에셋증권이 이 빌딩에 메자닌(중순위) 대출을 나섰는데, 보증을 섰던 건물주는 파산하고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빌딩이 매각된 것입니다.
선순위 대출자였던 싱가포르투자청과 도이체방크만 원금 회수에 성공했을 뿐, 미래에셋은 물론이고 당시 펀드에 가입한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 큰 손들은 상당한 손실이 예상됩니다.
상업용 빌딩을 중심으로 한 해외 대체투자의 부실 우려는 올 연초부터 제기됐습니다.
유동성이 시장에 대거 풀리던 초저금리 시절 앞다퉈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이 올해와 내년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데, 미 연준의 급격한 긴축 움직임으로 높아지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들이 생기면서 줄부실 우려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약 21조원. 이 중 해외 부동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후순위·지분성 투자가 60%에 육박해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보호에 취약한 투자구조를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투자 다변화'란 측면에서 해외 대체투자 붐이 일었는데, 당시 집행했던 실무자는 그 증권사를 떠났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약간의 모럴해저드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가 생기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좀 더 과잉투자에 나선 면이 있다고 본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곳은 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로, 특히 초대형사가 고위험 지역과 물건 비중이 35%를 차지하고 있어 손실 흡수력과 유동성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됩니다.
매주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상황을 모니터링해 온 금융감독당국도 급히 증권사 임원 간담회를 소집해,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점검에 나섭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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