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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로봇계의 애플…대체 불가 '다빈치' 발명한 이 회사 [바이 아메리카]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7-23 08:00   수정 2023-07-24 03:06

인튜이티브 서지컬 (ISRG)


이 회사가 무려 12년 전에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얇은 보랏빛 포도알 껍질을 메스로 잘라 벗겨낸 뒤, 원래대로 입혀 꿰매는 수술 장면이 화제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국내 성모병원, 세브란스 병원등에서도 공개한 장면들인데, 아예 조작법 훈련하는 김에 아기 손바닥 만한 종이 끝을 하나하나 접어 종이학도 접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죠.

왜 의학 드라마 보면 꼭 등장하는 장면 있죠. 신경, 혈관이 뒤섞인 머리, 폐, 장기들 틈에서 피부를 들어내고 그 안에서 필요한 깊이와 길만큼 정확히 치료부위를 자르고 잇고 해서, 사람을 살려내는 영웅들 말입니다.

상상이지만, 만약 의사들의 손이 더 가늘고, 관절의 한계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떤 수술이 가능할까요? 마치 이 로봇 처럼 말이죠.



비급여라 입이 떡 벌어지는 수술 비용이지만 의료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이미 꽤 활약 중이고, 미국 내에서도 전립선 질환의 경우 이 기술 없는 수술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죠. 최근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월가 예상치(1.33달러)를 웃도는 주당순수익(EPS) 1.42달러를 기록하고도 주가는 출렁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 뉴욕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최초의 수술 로봇 '다 빈치'를 만든 기업이자 세계 핵심 수술 거점을 한국에 둔 의료기기 플랫폼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티커면 : ISRG) 이야기입니다.



사실 회사이름은 몰라도, 수술 로봇하면 '다빈치 시스템'을 떠올릴만큼 유명한 곳입니다.

초고난도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본인의 몸에서 관리해야 할 중요한 신체부위 중 하나가 손일텐데요. 손이 망가졌다고 해서, 마블 영화 속 닥터스트레인지처럼 마법사로 변신할 수는 없을테고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고 해도 자신의 손보다 작게 절개해서는 환자 몸안에서 어떤 수술도 진행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로봇은 달라요.

다빈치 시스템은 수술을 진행할 때 환자 몸에 상처를 내는 과정, 이런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출혈과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 플랫폼이라고 보면 돼요. 이걸 최소침습수술(Minimal Invasive Surgery)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이 기술을 완성한 사람이 '로봇 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데릭 몰(Frederic Moll)인데, 이 분이 레지던트 시절 기존의 째고 출혈을 크게 일으키는 수술에 충격을 받아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해요.



사실 의료용 로봇은 1985년 산업용로봇 PUMA560이 최초예요. 뇌수술 과정중 생검을 하는데 쓰이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후 92년에 로보닥이라는 회사가 상용화를 시도해왔어요.

하지만 프레데릭 몰이 1980년대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 산하의 비영리연구기관(SRI)에서 시작해 1995년 인튜이티브 서지컬을 공동 창업하면서 그 기회를 선점하게 되죠. 2000년 미국 FDA가 당시만해도 생소한 로봇 수술을 파격 승인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수술 환경이 열리게 됩니다.

이렇게 수술 환경을 뒤바꿔 놓은 창업자 프레데릭 몰은 현재 이 회사에 남아있진 않아요. 대신 수술로봇 시장의 경쟁사라 할 회사들을 마구 창업했는데, 손 안 닿은 곳이 없어요.



옛날 같으면 관절 수술하는 수술실엔 각도 재고 드릴로 뚫고 해야하는데 요즘 이것도 다 로봇이 대신하거든요. 스트라이커라고 2위 수술 로봇 기업이 있는데 이곳에서 인수한 관절 수술 로봇, 마코 서지컬에도 프레데릭 몰이 참여했어요.

또 오리스 헬스를 직접 창업한 뒤 다빈치를 닮은 수술 로봇 아레스를 만들고, 이후 존슨 앤드 존슨에서 인수하면서 최고개발책임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런 활동이 대형 제약사들까지 끌어들여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도 키우는 중입니다.

전세계 로봇 수술 시장은 2018년 14억 6,300만 달러에서 팬데믹으로 2020년 11억 달러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44억 달러, 올해 57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해요.

현재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이러한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의 81%를 차지하고 있고, 2위 스트라이커가 9% 수준에 불과하니까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매출 구조를 보면 상당히 독특하고, 이 로봇 회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대표 기술인 '다빈치' 수술로봇은 2018년에 선보인 4세대까지 개량이 이뤄졌는데, 기초적인 남성 질환부터 대장, 유방의 유두를 남겨둔 채 조직을 수술할 수도 있고, 흉부 깊숙한 곳에서도 수술할 수 있다고 해요. 보다 난이도 높고 뼈와 기존 신체 형태의 손실을 최소화한 절개술이니 의사도 환자에게도 유리한 수술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고요.

문제는 가격인데, 운용하려는 병원에서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어마머마합니다. 한 대에 수술하는 관절 로봇 본체와 의사들이 3차원으로 직접 조작하는 플랫폼을 포함해 약 235만 달러, 우리돈으로 요즘 환율로 30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가 되구요.



게다가 인튜이티브 서지컬 보고서를 보면 실제 매출은 로봇이 아닌 유지 보수에서 나옵니다. 마치 애플이 서비스 비용, 앱 이용료로 부가적인 현금 수익을 쌓는 것처럼 '수술 로봇' 플랫폼을 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캐시 카우가 따로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사실 유지보수할 일 투성이인데, 로봇팔 끝부분은 매회 수술마다, 반복 사용으로 마모된 제어장치도 주기적으로 바꿔야해요.

집집마다 하물며 정수기, 자동차도 정비를 받는데, 수 백건의 수술 과정에서 오염을 반복하게 되는 로봇은 더해야겠죠. 교체 비용은 적게는 하나에 100만원 미만인 것도 있지만, 많게는 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있어요.

수술 중에 로봇이 멈추거나 작동에 오류가 있다면 환자 생명과 직결되다보니까 이런 부품 교체는 FDA를 통해 강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도 해요. 이유야 어쨌거나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이런 소모품 판매로 일으킨 매출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56%에 달합니다.

여기에 고난이도의 로봇을 조작해야 하다보니까 의사들에게 전용 프로그램, 가상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교육도 필요하구요. 참고로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교육 매뉴얼은 거의 다 한국 의사들이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세계 최초의 로봇수술 교육센터를 한국 성모병원에, 최근 개발한 단일공(SP) 로봇은 고대구로병원에 둘 만큼 교육에도 공들이고 있어요. 여러 국가에서 이런 의료 교육을 받으러 한국에 들어오는데 플랫폼 만든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중간에서 교육비에서 매출의 16%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상당히 고가의 수술 로봇에 높은 유지 비용, 그렇다고 바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라포'라고 하는 나와 신뢰가 형성된 의사를 만나야 편하잖아요.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위험을 가급적 피하려면 손에 익은 장비를 더 선호하게 되고, 처음에 이용한 장비를 그대로 쓰게 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마침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이런 문화를 가진 의료 시장에서 최초의 수술 로봇이자, 매년 180만회 이상 수술 임상 기록을 쌓아가면서 꾸준히 검증을 받고 있구요.

자연스레 기계를 많이 만들 필요도 없고, 재고 관리도 용이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의료계에 숨겨진 플랫폼 기업이란 표현이 틀리지 않아요.

23년째 오랜 기간 독점적인 지위에 있다보니 회사가 떠안고 있는 빚도 별로 없는데, 정기적인 유지보수로 현금은 꾸준히 들어오는 구조라 매출의 10% 이상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도 순익을 늘려갈 여력도 갖고 있다고 해요.



덕분에 5년간 평균 15% 성장해왔고, 최근 보고서에서도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한 작년 4분기부터는 연 18% 성장 속도를 회복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폐암 진단, 구멍 하나만 내는 단일골 로봇 등 새로운 기술 시장을 넓힌 덕분에 분기마다 매출 약 14억 달러, 최근엔 16억 달러씩이고, 그러면서도 영업이익은 4억달러씩 쌓이는 걸로 파악됩니다. 코로나보다 더 위급한 암 수술 등이 늘어나면서 시장도 인튜이티브 서지컬 주가도 다시 성장 경로에 올라와 있기도 하죠.

조심스러운 건 지난해 조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월가가 제시한 목표주가 320달러선보다 최근 주가가 높아진 점은 부담 요인이긴 합니다. 짧은 방망이를 들고 접근할 회사는 아니라는 얘기겠죠.



또 막강한 경쟁자들이 크고 있는 시장 환경도 살펴야 해요. 현재 대형 헬스케어, 의료기기 기업인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지멘스 등이 자금력을 무기로 수술 로봇 경쟁에 뛰어들어있어요.

다행히 아직은 미국 FDA가 승인한 수술 범위에서 대장 질환, 흉부, 유방 수술, 전립선 수술 등 인튜이티브 서지컬에 허용된 건 10가지인데 반해 나머지 기업들은 아직 1~2개 정도라는 벽이 존재하고 있어요.

사실 웬만한 국가에 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독점적인 점유을 바탕으로 나머지 수술 영역에 얼마나 더 사람을 대체할지가 이 회사의 주가를 결정할 변수 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수술 로봇의 대명사, 다빈치로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온 인튜이티브 서지컬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의료기술에 한국 최고의 의료진이 만난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워낙 효과적인 방식의 수술이다보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조금 더 빠르게 시장이 넓어지는 시대가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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