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우희가 ‘이로운 사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서로를 이어주는 건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입력 2023-07-24 07:00  



“서사를 가져가면서 구도나 관계성들이 잘 보여 지려면 안내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진폭이 큰 작품을 만났어요. 다양한 것들을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죠. 부담감을 느꼈지만, 희열감이 컸어요.”

배우 천우희가 드라마 ‘이로운 사기’를 완벽하게 마쳤다.

지난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공감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절대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 극 중 천우희는 공감불능 사기꾼 이로움 역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허구적인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꼈어요. 홀가분하기도 하고,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도 있어요. 나름 공들인 시간들이 계속해서 매주 나가고 있는데 이제 끝이에요. 같이 해온 사람들과 헤어진다니 그게 아쉬워요. 작품은 원했던 것처럼 권선징악으로 끝났어요. 메시지 또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인지라 잘 나온 것 같아요.”



그간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천우희다. 그는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이용해왔던 공감불능 사기꾼에서, 이제는 타인과의 교감을 배울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나서는 이로운 사기꾼 이로움의 성장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다.

“제가 해내 가고자 하는 것은 달라요. 저는 연기가 좋은 사람이고.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죠. 미지의 연기를 탐구, 발굴해 내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그게 밑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갈증, 고민이 있을 때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외부적인 시선이 아닌 저로서의 출발이라 항상 같아요. 이로움이 공감불능 캐릭터지만 공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해보지 않은 인물이에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상황들로 인해 생겨난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시니컬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행동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레이어드를 쌓을수록, 시청자가 봤을 때 이로움과 가까워지고 맞닿는 느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로움이와 저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고, 효율성으로만 사람을 대하잖아요. 그런데 서사가 풀어질수록 ‘저와 같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로움이에 끌렸던 것 같아요. 모두를 지키기 위해 어떤 무게감을 느끼는 것,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 것. 그런 면에 있어서는 비슷해요.”

매혹적인 카지노 딜러부터, 간호사, 아동심리상담가, 재벌가 상속녀 등 다양한 직업군과 화려한 비주얼 변신을 선보이며 스스로 천의 얼굴임을 증명한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상황에 걸맞은 발음부터 걸음걸이, 심지어 숨 쉬는 방법까지 바꾸며 같은 사람을 보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의 완벽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직업군을 표면적으로 잘 보여야 했어요. 색깔들이 다르잖아요, 인물마다 그 색깔과 보여 지는 이미지, 헤어, 메이크업, 발성, 제스처 등 외적인 변화에 힘을 받아서 연기를 하면서 즐거움이 있었어요. 역할극을 하는 느낌이랄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아이큐 180을 넘는 천재적인 두뇌와 사기라는 수단으로 법으로도 심판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처단해 왔던 다크 히어로 이로움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천우희는 제이(김태훈 분)를 잡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었던 로움의 계획과 반전, 무영(김동욱 분)과의 초월적인 교감과 서로에게 구원이 된 쌍방 구원서사를 탁월하게 표현하며 극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멜로 케미는 천우희표 로맨스의 재미를 선사하며 ‘롬무영’ 지지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제이가 회장이었다는 것이 큰 배신감이 들었어요. 대본이 나오고 나서 알았어요. 아무도 몰랐죠. 감독님만 알고 계셨어요.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고요. (김)태훈 씨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어요. 위트가 넘치세요. 정말 즐겁고 유쾌하게 찍었어요. (김)동욱 씨와는 초반에는 연기에만 집중했고, 수월하고 잘했어요. 친해지고 나면 본인의 모든 것을 다 해주시는 분이에요. 저에 대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애틋하더라고요.”

여기에 경자(이태란 분)와 로움의 마지막 대화는 천우희의 내면연기의 진수였다. 건조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면서 그동안 전하지 않았던 로움의 진심은 경자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울리며 그의 편에 서게 만들었다. 또한 그는 적목키드들를 믿고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의 어두운 모습을 딛고 일어서며 한층 단단해진 로움의 성장을 보여주면서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천우희가 이번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공감이다.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사람의 이야기에요. 연민과 연대는 공감과 이해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생각하는 건데 이 사회가 혐오, 분노가 가득해지는 거 같아요. 이 작품에서 얘기하듯이 결국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완전할 수 없다. 함께할수록 온전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공감이 밑바탕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만 봐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온전해지려면 서로가 함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요. 공감이라는 게 작은 거 같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건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멜로가 체질’ 연기를 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한동안 연기가 재밌어서, 허구를 연기하고 있는 현장이 너무 즐거워서 거기에만 있고 싶었어요. 그 세계에만 머무르고 싶었죠. 현실이 버거워서 도피가 아니라, 이 세계가 즐거워서요. 나이가 들다보니 일과 일상과 잘 지켜가야 할 것 같아요.”



다채로운 매력으로 폭넓은 연기 변신과 깊이 있는 감정선까지 모두 소화하며 인생작 경신을 이어나가고 있는 천우희. 그의 연기 필모그래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대표 작품 중 하나로까지 꼽히고 있다.

“어떤 불안감은 끝나기 전까지는 있어요.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고 싶은 저의 욕심이 크죠.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매회 실시간으로 본방사수를 하면서 흥미롭게 봐줘 고마웠어요. 저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요. 오히려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산책이나 글쓰기가 가장 큰 대처 방법이에요. 자기 객관화를 하거나 그 불안감을 또렷이 보다 보면 사라지더라고요. 메모나 일기를 쓰기도 해요. 연기 일지요. 생각나는 것들. 저한테는 마음을 다잡는 작업이에요. 책으로 쓰면 분량은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중에 생각이 있어요.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자부해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폭발력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제 잠재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데뷔 20주년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매번 연기가 느는 것이 아니고, 물론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왔다는 것을 칭찬하고 싶기는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최선을 다 하다보면 계속 이어지겠죠. 작품마다 성취하고 싶은 목표치가 다 달라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어요. 연기는 인문학과 같아요. 연기할 때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가치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에요. 방향은 가지고 있고, 진심으로 연기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쉽지만은 않아요.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외로움이 있어요.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그 순간은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부분도 있죠. 아직까지는 스스로 감내하는 게 버틸 만해요. 대중이 저를 어떤 배우라고 이야기를 해줄지 저도 궁금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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