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수’ 김혜수의 새로운 도전…“시대극이기도 하고 여성 서사도 있지만 캐릭터 영화로 접근했어요”

입력 2023-07-25 07:00  



배우 김혜수가 팔색조 같은 매력으로 여름 스크린을 수놓는다.

당당한 카리스마와 넘치는 존재감으로 영화계를 사로잡은 김혜수는 영화 ‘밀수’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은 물론 깊이 있는 존재감과 인간미 배어나는 오묘한 주인공 조춘자를 통해 색다른 변신을 한다.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김혜수는 극중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로 스크린을 공략할 예정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70년대 배경이 너무 좋았어요. 여성 투톱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캐릭터들의 관계와 각자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죠. 스토리가 대단한 게 아니라 캐릭터들의 긴장과 이완이 관건이었어요. 앙상블이 발현되는 게 기대 포인트죠. 시대극이기도 하고 여성 서사도 있지만 캐릭터 영화로 접근했어요.”

김헤수가 맡은 조춘자는 열네 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로, 작은 밀수를 계기로 충격적 사건 이후 군천을 떠난 춘자는 다시 돌아와 친구 진숙(염정아)과 거대한 밀수판을 짠다. 그간 드라마,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등 시대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나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온 김혜수는 또 한 번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간 보지 못 했던 날것의 연기로 조춘자를 소화해내며 극을 이끈다.

“춘자는 상대가 때리면 그대로 받아치는 사람이에요. 자신을 아는 마을사람이나, 살아가기 위해 만나는 사람과 있을 때 구분되죠. 이해관계가 심플해요, 춘자가 자신을 완전히 위장하는데,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과 표피만 드러내는 순간을 나눠서 생각했어요.”

극 중 밀수에 눈을 뜬 해녀 춘자는 자신과 함께 자란 해녀들의 대장 진숙과 깊은 관계를 그린다.

“진숙이는 리더로서의 덕목을 갖춘 진지한 아이에요. 춘자에게 진숙은 단순한 짝꿍이 아니라 가족이고 전부죠. 현장이 괴로운 건 모니터 볼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보기 때문이에요. 어릴 땐 내 삶이 편협해서 아직 안 되나보다 했는데 본인이 아는 것과 그걸 표현하는 건 다른 부분이더라고요. 배우도 채워가고 싶고 성장하고 싶죠. 하지만 조금 경험을 오래하며 느낀 건 혼자 해낼 수 있는 게 있고 함께 해낼 수 있는 게 있다는 거예요. 그때 가장 중요한 건 파트너에요. 모두가 파트너지만 특히 상대 파트너와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요. 염정아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어요. 기대가 됐죠. 존경심 같은 것이 생기는 배우고, 유연하고 둥글둥글해요. 불편함이 없었어요. 염정아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채롭고, 날카로운 외관이지만 그녀만의 인간미를 보여줘요. 어쩌면 내가 끝까지 극복해내지 못할 수 있는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배우였어요.”



김혜수는 수중 액션을 비롯해 깊이감 있는 감정연기까지 자신의 이름값을 해냈다. 그는 영화 ‘도둑들’ 수중 촬영 당시 공황장애를 겪었지만 ‘밀수’ 촬영을 함께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했다.

“해녀로 나온 모든 배우가 3개월 정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사실 저는 ‘소년심판’을 촬영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훈련을 못 했어요. 당시 저한테 중요한 건 ‘공황만 안 오면 된다’였어요. ‘도둑들’ 촬영할 때 공황을 앓았어요. 그 땐 몰랐는데 굉장히 이상했어요. 처음 겪는 건데 그냥 죽을 것 같았어요. 숨이 안 쉬어졌고, 눈물이 나고 몸이 마비됐어요. 상담을 받았는데 전형적으로 공황이 올 수 있는 상태라더라고요. 동료들의 응원을 듣고 잘 하는 모습을 보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초반 지나선 예전처럼 물이 편했어요.”

김혜수가 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동료 배우들 덕분이었다. 김혜수는 후배들의 에너지와 연기력 칭찬에 연신 신이 났다.

“동료 배우들과 일체감을 많이 느낀 현장이었어요. 평생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죠. 촬영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어요. 잘하는 배우가 눈앞에 있으면 막 흥분되고 너무 신나요.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어요. 우리 팀의 멤버들 뭔가 힘차게 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후배들 너무 예뻐요.”

수중 액션신을 촬영하며 부상도 당했다. 마지막 두 컷 정도를 남겨두고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지금도 흉터는 살짝 있어요. 당시 수경을 썼으니까 정중앙이 브이자로 찢어졌어요. 그때 많이 꿰맸어요. 백 덤블링할 때였던 거 같아요. 올라와서 ‘오라이’ 하다가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갔는데, 수심이 깊으니까 자기가 먹은 공기를 빼지 않으면 다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기를 뺐어야 했는데, 버블이 있으면 시야가 가려지더라고요. 진짜 저도 조심하고 했는데 물속에서 쇳덩이랑 부딪힌 거 같았어요. 제가 물 위에 딱 올라왔는데 절 보는 스태프들의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다쳤구나' 했죠. 사실 저는 머리가 띵해서 뇌진탕이라 생각하기도 했어요.”

극중 춘자는 권상사(조인성)와 협력하고 이용하는 관계 속 묘한 줄타기를 타며 극의 묘미를 더한다.

“대본을 봤을 때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어요. 춘자와 권 상사는 협력하고 이용하는 관계예요. 아마 둘 사이 어떤 감정 같은 게 보였다면 그건 현장에서 발생한 시너지일 거예요. 아마 둘은 그 감정에 대해서 서로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봐요. 연기를 할 때는 눈을 보고 하잖아요. 배우는 눈이 전부라고 할 만큼 눈이 중요하잖아요. 연기하는 동안 별 일 없으면 눈을 보는 건데 인성 씨 눈이 진짜 무서웠어요. 정신이 바짝 났죠. 아는 얼굴이었는데도 연기할 때는 정말 달라 놀랐어요. 화면에서도 그런 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밀수’ 기획 단계부터 조춘자의 캐스팅으로 오직 김혜수를 떠올렸다는 류승완 감독 역시 “김혜수 배우의 모든 매력을 담아낸 캐릭터로 탄생시키고자 했다”고 전해 기대감을 더한다.

“감독님 영화는 모든 작품이 진중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오는 뭔가가 있어요. 잘 맞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죠. 땅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을 줘요. ‘밀수’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의 특별한 주문 사항은 없었어요. 감독님이 연출자로서 원하는 장면이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계산을 하며 많은 고민을 하셨어요. 실제 바다가 아닌 수조 세트에서 찍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많은 걸 해냈어요.”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대표적인 하이틴 스타로 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실제 김헤수는 팜므파탈이 아니에요. 그런 역할을 애써서 하지는 않아요. 늘 막내였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저를 선배라 불렀어요. 지나가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죠.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거예요. 그 나이가 된다고 그 숫자에 맞는 어른이 되는 게 아니고 경험치가 많아진다고 무언가에 통달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아직 역할은 모르겠어요. 팀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도 쉽지는 않아요. 촬영에 집중하는 것이 1번이죠.”

김혜수는 오랜 시간 자신이 흥미를 느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거쳐 자연스럽게 그 역시 배우임을 자각하게 됐다. 그리고 스타보다는 연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초, 분 단위로 모니터를 하면서 내가 정말 제대로 임했나 싶을 때가 많아요. ‘나는 여기서 더 안 되나?’ ‘내가 왜 이러지?’ 싶을 때가 있어요. 카메라의 시선에서 내 연기가 정확하게 담기기 때문에 보면서 감탄하며 만족할 때가 별로 없어요. 현장에서 아무리 좋은 에너지를 받아도 연기하는 과정 자체는 매번 괴로워요.”

김혜수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는 배우이기에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목이 마르다. 아직도 해야 할 역할이 많다.

“관객을 만난 것이 너무 오랜 만이에요. 제작하는 과정 동안 ‘밀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작품의 성공은 잘 모르겠어요. 현장이 다고, 운이 좋게 좋은 작품에 합류해서 감사 하고, 배우를 오랫동안 한다는 게 감사해요. 좋은 배우, 새로운 배우,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이 많아요.”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모든 매력을 집대성한 캐릭터 조춘자로 돌아오는 김혜수는 때로는 단호한 카리스마를, 때로는 물 흐르듯 유연한 대처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 인생 캐릭터를 선보일 것을 예고한다. 독보적인 배우 김혜수의 새로운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밀수’는 오는 7월 26일 개봉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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