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100명 서울 온다...워킹맘·대디는 '걱정'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7-31 17:51   수정 2023-07-31 17:55

고용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계획안 공개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 부모 등 우선 대상
근로기간 최소 6개월, 최저임금 적용...경력·한국어 능력·범죄이력 검증
 31일 오전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르면 연내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시범적으로 서울 지역에서 100여명의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한부모, 임산부 등 육아 부담이 큰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이 같은 계획안을 공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서울시 전체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일하는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서비스 이용 대상은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임산부 등이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면 이 근로자는 해당 기관과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도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는다. 다만 휴게·휴일, 연자 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가사인력의 숙소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임차 계약 등으로 마련해야 하며, 숙소비는 근로자 본인이 부담한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국내에 정착하는 데 드는 숙소비·교통비·통역비 등을 초기에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신뢰성 있는 인력확보를 위해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우선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E-9 비자가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송출국가 16개국 중, 특히 필리핀 출신 가사 근로자는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정신 질환자, 마약류 중독자이거나 범죄 이력이 있으면 선발하지 않는다.

국내 입국 전후에는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는다. 국내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 시범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이번 공청회에선 실수요자인 워킹맘과 워킹대디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나왔다.

젊은 부모들로 구성된 고용부 내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은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가사·육아서비스 질 저하,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 감소 등도 걱정했다.

복직을 앞둔 워킹맘 강초미씨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20·30대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고은씨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라며 "이에 따라 돌봄시장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저하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금을 투입한다면 부모나 친인척이 돌볼 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더 안심된다"라며 "가장 좋은 것은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도록 단축근무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살, 5살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진환씨도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부분이고 어떤 가정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면서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가사·육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도우미 필요성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업체인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종사자는 점점 줄고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4주 전 이틀간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요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150명 이상이 이용 의향을 표명했다"라며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합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체 설문조사 결과 150여 명이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를 고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고려해 3분기(7∼9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시범사업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어 이르면 연내 시범사업 내용대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한 뒤 내년에 운영 성과를 분석해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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