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시대 '종언'…공장 떠나는 亞 청년

입력 2023-08-07 16:11   수정 2023-08-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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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팔려나갈 값싼 제품을 생산하던 아시아 공장에서 20대 청년들이 점차 떠나가면서 글로벌 초저가 호시절도 사실상 끝나게 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베트남의 한 의류 공장 사례를 들어 이 같은 조짐을 전했다.

호치민에 있는 의류 공장인 '언어베일러블'(UnAvailable)은 최근 직장 내 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사내 카페, 무료 요가 수업 등을 개설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팀원끼리 맥주를 마시거나 볼링을 치는 시간도 마련했다. 청년층 인력이 공장 생산직을 기피해 구인난에 시달리던 끝에 일터 자체를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공동 설립자인 폴 노리스는 "다들 인스타그램을 하고, 사진작가가 되고,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면서 "20대 인력은 훈련 도중 이탈하거나 몇 년 만에 그만둔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력난과 청년층의 선호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던 아시아 국가 전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교체에 따른 인식 변화 때문이다.

아시아 청년층은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인스타그램·틱톡에 자랑할 만한 근사한 직장을 선호해 점점 공장에서 일하기를 거부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 청년층이 부모 세대보다 자녀를 적게, 늦은 나이에 낳는데 가족을 부양할 고정적 수입이 덜 필요해 굳이 공장보다는 쇼핑몰이나 호텔 같은 서비스 직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하노이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올해 초 퇴사한 25세 베트남 남성은 그랩 배달원으로 직종을 변경하고는 "상사가 없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공장에서 한 달에 400달러(약 52만원)를 벌었지만 이제는 두배를 받지 않고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는 아시아 공장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해외로 수출되는 물품의 가격 인상을 불렀다고 WSJ은 짚었다. 실제로 베트남 공장 임금은 2011년 이후 두배로 올라 한달에 320달러 수준이 됐다. 중국에서도 2012∼2021년 122% 상승했다.

그 영향으로 바비 인형 제조사인 마텔부터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 등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는 곧 1990년대 이후 30년간 아시아 공장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온 지구촌 초저가 시대에 종언을 고하는 것이다.

아시아 공장을 대체하기엔 아프리카나 남아시아는 정치적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 물류 기반도 열악하다. 이에 따라 미국인 소비자들은 의류, TV 등 가격 인상에 직면하게 됐다고 WSJ은 진단했다.

영국 경제학자인 마노즈 프라단은 "미국 소비자들은 물품 구입으로 가처분 소득 중 비교적 안정적인 비중을 써왔는데, 이제는 이런 근간을 조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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