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철강시장에서 고급 철강은 포스코가, 고철을 녹여 만든 철근 등은 나머지 기업들이 맡아왔습니다.
포스코가 철근 생산까지 나서면서 몇몇 기업이 나눠먹던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고영욱 기자입니다.
<기자>
동국제강과 대한제강 등 중견 철강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건설용 철근 시장에 진출하면서 입니다.
포스코는 이달 말 포항공장 4개 선재 생산라인 가운데 1개에서 코일철근을 생산합니다.
코일철근은 둥글게 말아 필요할 때 잘라 쓰는 형태의 철근으로 쌓아놓기 쉽습니다.
포스코는 연간 70만톤인 1개 라인의 생산능력을 활용해 코일철근을 일부 생산할 계획입니다.
국내 코일철근 시장은 그동안 동국제강과 대한제강이 양분해왔습니다.
두 회사가 1년에 100만 톤을 만들 수 있는데 이미 국내 수요보다 2배 많습니다.
코일철근을 펼치면 흔히 볼 수 있는 직선 철근이 됩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전체 철근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전체 철근 시장 역시 수요(2023년 950만 톤)보다 생산능력(1200만 톤)이 넘치는 상황입니다.
철근은 해외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수출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됩니다.
여기에 엔저효과로 일본산 철근 유입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철근시장에 진출한 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가동률이 떨어진 선재 라인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있습니다.
포스코 측은 “생산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건설 자회사인 포스코이엔씨 등에 입찰해 판매할 계획”이라며 “제품 다양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견 철강사들은 “고로를 기반으로 한 포스코가 원가경쟁력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할 기업이 골목상권에 들어왔다”고 반발합니다.
동국제강의 경우 매출의 78%가 철근과 같은 봉강에서 나오는데다 주요매출처 중에 포스코이엔씨도 포함됩니다.
특히 대한제강은 매출 91%가 철근으로 전량 국내 소비되는 만큼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평가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