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았다가 생활고 등을 이유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폭증세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한계 차주(대출자)들의 부실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무조정 대상자 중 빚을 꼬박꼬박 갚아온 성실 상환자들의 연체율마저 급증하며 '빚 굴레'가 더 옥죄어지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 올해 채무조정 신청자 9만1천81명·변제기간 100.5개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9만1천981명이다.
반년 새 지난해 전체 신청자(13만8천202명)의 70%에 육박하는 채무조정 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현재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고 있지만 연체가 우려되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에 대해 채무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신속채무조정이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는 2만1천348명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2만1천930명)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그만큼 빚 상환 여력이 떨어져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대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채무 변제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변제 기간은 2018년 84.6개월, 2019년 86.6개월, 2020년 89.2개월 수준이었으나 2021년 91.0개월, 작년 94.1개월로 길어지더니 올해 6월 말 기준 100.5개월로 늘어났다.
양정숙 의원은 "신용회복 신청자 수가 올해 또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변제기간이 100개월을 넘어선 것은 금융 취약계층의 실질소득 감소와 체감경기 실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성실 상환자들마저 자금 사정 악화…소액대출·연체율 급증
채무조정 기간 중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성실 상환자들의 자금 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성실 상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소액대출의 경우 2018년 2만1천690명이 신청했으나, 작년 4만4천671명으로 급증했다.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소액대출 신청자는 2만3천264명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소액대출 연체율은 2018년 6.7%에서 작년 10.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10.9%로 집계됐다.
빚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성실 상환자들마저 경기 침체 및 금리 상승 여파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채무조정 대상자들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러 계좌를 통해 복수 대출을 받는 형태가 많았다.
4~9개 계좌를 이용한 경우가 4만7천403건(58.1%)으로 가장 많았다. 2~3개 계좌 이용 수가 1만4천275건(18.7%), 10개 이상 계좌 이용 수가 1만4천134건(16.8%)으로 나타났다.
1개 계좌를 통해 대출받은 경우는 4천891건(6.4%)에 불과했다.
대출받은 기관은 신용카드사(39.2%), 대부업체(26.8%), 시중은행(13.1%), 저축은행(12.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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