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2.8% 늘린 657조…세수 펑크에 역대급 '예산 조이기'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8-29 11:00   수정 2023-08-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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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4년 예산안 발표
예산 증가율 역대 최저…건전재정 기조 유지
모든 재정사업 원전 재검토…23조 지출 구조조정
약자복지 미래준비에 집중투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8%늘어난 657조원으로 짰다.

예산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건전 재정' 기조 속에 경기 침체로 정부의 세금 수입 펑크가 벌써 40조원에 달하고 내년에도 30조원이 넘는 세입 예산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지출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예산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이를 통해 R&D 예산 7조원 등 23조원 상당의 지출을 구조조정해 서민·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638조7천억원)보다 2.8%(18조2천억원) 늘린 656조9천억원으로 편성했다.

내년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의 지출 증가율은 건전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 어린 결정"이었다며 "총지출 증가율 억제와 재정정상화를 통해 확보한 23조원을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 등에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전년보다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폭을 최소화했고, 국가채무 증가 폭도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61조 8천억원 수준으로 축소해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 하에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를 통해 재정을 체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1만여개에 달하는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성과 없이 관행적으로 지원되던 사업, 유사·중복 또는 집행이 부진한 사업, '나눠먹기식' 관행적인 연구개발(R&D) 사업, 성과가 저조하거나 이권화된 보조금 등 낭비적 지출사업을 폐지하거나 삭감했다.

특히 가장 큰 폭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건 R&D 분야다. R&D 예산 규모는 올해 31조1천억원에서 내년에는 25조9천억원으로 5조2천억원이나 예산이 삭감됐다.

역대 최대폭인 16.6%의 예산을 줄인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인 올해 24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긴축을 통해 마련한 예산을 서민·사회적 약자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생계급여를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한다. 2015년 제도설계 이후 처음으로 지원대상도 기준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118만 가구는 한달에 21만3천원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총 인상액 19만6천원보다 더 증가한 수준이다.

고령화에 발맞춰 노인 일자리는 역대 최고 수준인 14만7천명 더 늘려 전체 노인인구의 10%인 103만명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2018년 이후 동결됐던 노인 일자리 수당도 7%로 대폭 인상한다.

청년들의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선 취업을 단념한 니트 청년에 상담과 훈련 지원에 나서고 빈일자리 업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6개월간 최대 200만원의 장려금을 준다.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5천억원을 투입해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 대환대출을 시행하고 고용보험료도 지원해 최대 연 500만원 수준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래 대비 투자에도 상당한 무게 중심을 뒀다.

총 사업비 2조5천억원을 들여 바이오·우주·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플래그십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입주한 중견·중소기업에 대해 저리융자, 기반시설 구축, 인력양성 등도 지원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해선 신생아 출생 가구를 대상으로 연 1천만원 수준의 이자를 아낄 수 있는 특별 저리융자를 신설하고 공공주택의 분양·임대에도 출산 가구를 우선 배정한다.

특히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육아휴직 급여기간을 현재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첨단분야 외국기업, 유턴기업, 지방이전 기업 등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또 AI, 바이오, 사이버보안 등에 대해 올해보다 8천억원 늘린 4조4천억원의 재정을 지원해 서비스산업의 첨단화를 뒷받침하고 6천억원 규모의 'K-콘텐츠 전략펀드'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원전·방산·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해 수출 금융을 1조3천억원 추가 공급하고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신설(1,500억원 출자)해 유망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돕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년도 예산안과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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