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주년 맞은 코리아나미술관, 국제기획전 'Step X Step' 개최

입력 2023-09-13 14:47   수정 2023-09-13 14:55

스텝 한번 밟아볼까?…걷기의 재발견: 걷기가 안무가 되는 순간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의 행위, 걷기를 통한 예술가들의 메시지"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며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안무적 몸짓으로 해석한 5개국 현대미술가 7인/팀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된 국제기획전 《Step X Step》을 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에 반복해서 쓰인 '스텝(step)'은 '걸음, 걸음걸이'를 뜻하는 단어이자 춤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서의 발의 움직임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걷기와 춤추기의 행위를 교차해서 보여주고자 한 기획의도가 반영됐다. 《Step X Step》에 참여한 작가들은 『걷기의 인문학』의 저자 리베카 솔닛의 언급처럼 "걷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창조적이며 동시에 혁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지난 20년간 '신체(body)'를 주목해 온 미술관의 걸음을 따라…개관 20주년 기념 국제기획전

코리아나미술관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신체(body)'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심도있는 기획으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2013년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퍼포밍 필름》을 통해 신체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제시하는 영상 작품을 선보이며 당시 아트인컬처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전시 TOP 10' 1위에 선정되는 등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이후에도 《댄싱 마마》(2015), 《더 보이스》(2017), 《아무튼, 젊음》(2019), 《프로필을 설정하세요》(2021) 등 '신체'를 둘러싼 시의 적절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러한 기관 고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코리아나미술관은 전시 《Step X Step》에서 인간이 지닌 두 다리를 경유해 나타나는 몸의 움직임과 그것이 지닌 '수행성(Performativity)'에 주목하고 퍼포먼스에 담긴 다양한 문화적 의미작용을 살펴본다.

◆ 일상적 행위를 뒤집기: 느리게 걷고, 누워서 걷고, 거꾸로 걷는다?!?

우리는 두 발을 움직여 어딘가로 향한다. 한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놓고, 다시 다른 발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내딛지만, 걷기는 수많은 개별적 몸짓을 내포하고 있다. 두 다리의 움직임과 보폭, 걸음걸이를 수반하는 걷는 신체는 보행의 리듬을 생성한다. 이 일상적 몸짓을 예술적 실천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작가들의 전략과 걷기의 수행성, 안무와의 관계, 개별 몸짓에 담긴 사유들을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느리게 걷고(차이밍량), 과장된 태도로 걷고(브루스 나우만), 누워서 걷고(에브리 오션 휴즈), 거꾸로 움직이는(클라라 리덴,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 등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작품 속 움직임이 촉발하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국제적으로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전시는 타임지의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는 등 동시대 중요한 예술가로 꼽히는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초기 스튜디오 실험 영상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걷기>(1968)와 <과장된 태도로 정사각형 둘레를 걷기>(1967-68)를 국내에서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나우만은 모더니즘의 완결된 오브제로서의 작품 개념에 반하여 자신의 신체를 매체로 삼아 '행위(activity)로서의 예술'을 탐구하고 기록했다. 서양 조각상에 주로 쓰이던 콘트라포스토 자세처럼 자신의 두 손을 깍지 껴 뒷목에 대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좁은 복도를 힘겹게 오가던 나우만의 행위는 당대 안무가와 시각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1994), 베를린영화제 은곰상(2005)을 수상하는 등 영화계에서 일찍이 이름을 알리고,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거장 차이밍량(Tsai Ming-liang)의 2012년작 <행자(行者, Walker)> 또한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 이강생이 붉은 법의를 입고 홍콩의 도심 곳곳을 맨발로 아주 느리게 걷는 행위는 그 자체로 행위 예술적이다. 쇼츠 등 빠르고 짧은 호흡의 영상 컨텐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극도의 느림의 미학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가 관람 포인트이다.

또한, 2007년부터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아티스트 듀오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Pauline Boudry/Renate Lorenz)의 영상설치작 <거꾸로 움직이기(Moving Backwards)>는 2019년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 대표 작품으로 첫 공개되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일주일 전 개막한 제35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한 본 작품을 한국에서 동시간대에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영상과 함께 댄스플로어와 조명이 설치된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영상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들을 작품으로 초청한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국내 작가 강서경의 새로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년 홍콩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에서 열린 기획전에서 선보인 후,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자리 검은 자리 - 동 - cccktps> 연작으로, 작가가 홍콩 초등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결과물을 기반으로 제작한 자수 작품 7점이 지하 2층 전시공간 중앙에 설치되었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지만 최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기도 한 에브리 오션 휴즈(Every Ocean Hughes)의 2010년작 2채널 영상 설치작 (Sense and Sense)는 인간의 직립보행이 지니는 수직성에 반하여 땅과 수평을 이루는 수평적 걷기를 시도한다. 한편, 스웨덴 출신의 작가 클라라 리덴은 자신이 직접 문워킹을 하고, 도심 속을 걷고 넘어지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 영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국내작가 신제현은 코리아나미술관의 제작 지원을 받아 관객 참여형 신작 (MP3 댄스-스텝)을 선보인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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