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오명' 日 자니즈, 이름 지운다

입력 2023-10-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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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동성 연습생 성착취 사실이 드러난 일본의 유명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이하 자니즈)가 오명으로 얼룩진 회사 이름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자니즈는 성폭력 가해자인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2일 자니즈 측은 회사 이름을 '스마일업'(SMILE-UP.)으로 바꾼 뒤 피해자 배상 업무를 마치면 폐업한다고 밝혔다. 핵심 사업인 연예인 관련 업무는 '스마일업'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회사에 맡겨 새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자니즈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니즈가 사명을 오는 17일 '스마일업'으로 변경하고, 고(故) 자니 기타가와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배상 업무만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니 기타가와의 조카인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 전 자니즈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대독된 편지를 통해 '스마일업'으로 명칭을 바꾼 자니즈가 피해자 배상 업무를 마친 뒤에는 폐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사명 변경과 함께 '자니즈'라는 이름이 붙은 소속 그룹의 명칭도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연예인 매니지먼트 업무는 새롭게 설립되는 회사가 담당하고, 이 회사의 명칭은 팬클럽 공모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연예인과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에이전시 회사로 운영되며, 히가시야마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자니즈의 3인조 아이돌 그룹 '소년대' 출신이다.

후지시마 전 사장은 자니즈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히가시야마 사장은 그가 신설되는 회사에는 출자하지 않지 않고, 이사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기메타 히로시 고문변호사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만들 것이며, (자니즈를) 계승하지 않는다"며 "후지시마 전 사장은 일절 자본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니즈는 다음 달 성폭력 피해자 배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배상 접수 창구에 478명이 연락했다"며 "피해를 신고하고 배상을 요구한 사람은 325명이었다"고 말했다.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낸 자니 기타가와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수많은 동성 아이돌 지망생 등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다. 그러나 그가 2019년 사망하기 전에는 그의 성폭력이 뒷소문으로만 전해졌고 큰 사회적 쟁점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자니 기타가와의 성폭력을 대대적으로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이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자니즈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자니 기타가와의 성폭력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고 사죄했으나, 창업자 이름에서 비롯된 회사 명칭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반발에 직면했다.

일부 대기업은 자니즈 소속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의 방영을 중단하거나 재계약을 포기했으며, NHK는 자니즈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소속 연예인의 출연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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