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돈자랑 때문에…재산 몰수당한 퇴직 간부

입력 2023-10-11 12:33   수정 2023-10-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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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퇴직 간부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손녀의 '돈자랑' 탓에 부정 축재가 뒤늦게 들통나며 재산을 몰수 당했다.

11일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기율위원회·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전날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의 전 분국장 중겅츠의 당적을 박탈하고, 불법 소득을 몰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부정 축재 등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해 처벌하기로 했다.

올해 75세로 2007년 11월 퇴직한 그가 은퇴 16년 만에 부정 축재로 처벌받게 된 것은 그의 손녀가 SNS에 자신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되면서다.

그녀는 지난 3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북극 메기'라는 필명으로 그의 가족 7명이 호주에 이민한 사실을 알리며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어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1억 위안·약 184억원)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누리꾼들이 이를 비판하자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고 맞받아친 뒤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며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그의 글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고, 누리꾼 수사대에 의해 그가 중겅츠의 손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겅츠는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하다"며 "상부에 해명했고,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해명에도 논란이 확산하자 선전시 교통국은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6개월 뒤인 지난달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국이 중겅츠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관영 매체 중국신문망이 누리꾼들을 상대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만3천여명 가운데 93%가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결국 여론의 압력에 밀려 조사에 나선 기율감찰위는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북극 메기 사건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부패 분자는 퇴직 이후에도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으며, 부패의 꼬리는 언젠가는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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