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사에 비해 30배"...달콤한 수익에 예고된 재앙

최민정 기자

입력 2023-10-25 17:41   수정 2023-10-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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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증권, 미수잔고 압도적…미래에셋과 30배 차이
    영풍제지, 증거금률 40% 유지…리스크 관리 소홀
    금융당국의 빚투 경고 무색…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불투명'
    <앵커>
    대부분의 증권사와 달리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던 키움증권. 낮은 문턱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결국 단일 종목에서 5천억 원이란 사상 초유의 미수액을 떠안게 생겼는데요.

    대형 증권사들과 신용·미수잔고를 비교해보니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올해 상반기말 현재 키움증권의 미수잔고액은 초대형 증권사들과 비교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0배까지 차이가 났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공받은 자료를 한국경제TV가 분석한 결과, 키움증권의 미수잔고는 비슷한 신용융자잔고를 보유한 다른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였습니다. 이를 통해 키움증권이 지난 1년 간(2022년 3분기~23년 2분기 기준)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2,3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열풍으로 미수금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사고직전인 3분기 키움증권 미수잔고도 급격하게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규모 미수잔고가 압도적으로 많은 배경에는 다른 증권사보다 낮은 증거금률이 꼽힙니다.

    이번 영풍제지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7월 미래에셋·한국투자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한 반면, 키움증권만 40%를 유지한 것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후 키움증권은 뒤늦게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DX 등 63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지만 뒷북 대처란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키움증권 측은 "증거금률을 설정할 때 시가총액이라든지 거래 대금 수익성, 자본 구조나 거래소에서 시정 조치한 내역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며 "영풍제지는 투자 경고 지정 예정 종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거금률이 낮으면 투자자가 몰릴 수 밖에 없다"면서 "키움증권이 브로커리지 수익 중 신용융자·미수거래에 따른 수익이 워낙 높다보니 고수익을 위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고 설명합니다.

    통상 증거금률 설정은 증권사 리스크 관리 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사안인 만큼, 키움증권의 이자 수익 창구였던 미수거래가 주가조작에 악용되며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이어진 것입니다.

    정부와 감독당국은 지속적으로 증권사에 내부통제 강화에 힘 써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답변 없는 메아리가 된 셈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8월17일 자본시장 추진계획 발표 중):증권사들의 테마주에 대해서 신용융자를 중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증권사들도 건전한 영업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겠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주가조작 사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가 우리 주식시장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경제TV 최민정입니다.

    영상취재: 이성근
    영상편집: 김준호
    CG: 손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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