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얻으려면 내년부터는 최소 6개월 이상 체류해야 한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 거주하는 직장가입자 밑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리려면 '국내에 최소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하는 조건을 붙인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 의결을 거쳐 오는 11월이나 12월에 열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3개월 뒤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4년 1월 초, 늦어도 내년 3월 초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요건으로 직장가입자와 관계, 소득·재산 요건 이외에도 '국내 입국 후 6개월 이상' 지나야만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단기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외국인의 친인척이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필요할 때만 입국해 수술이나 치료받고 출국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 주재원의 가족 등이 바로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피부양자가 미성년 자녀이거나 배우자일 경우와 결혼이민·영주·유학 등 체류 자격이 있으면 즉시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현재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피부양자가 되는 데는 차별이 없다.
건보 당국이 정한 일정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충족하면 내국인 직장 가입자든,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가입자든 차별 없이 자기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건보 당국은 그간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평성을 제고하고자 부과 체계를 개편하면서 피부양자 자격조건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소득 기준은 2018년 7월부터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 3천400만원을 초과하면 비록 부모라 할지라도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이 기준을 2천만원 초과로 대폭 낮췄다.
재산 기준은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9억원을 넘거나, 연 소득이 1천만원을 넘으면서 과세표준액이 5억4천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탈락시킨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이런 소득 및 재산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국내에 같이 살지 않고 주로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질병에 걸리면 국내에 들어오게 해서 치료·수술 등 건보 혜택만 받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체 외국인 건보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건강보험에 가입한 전체 외국인이 실제로 낸 건강보험료보다 보험급여를 덜 받는다는 뜻이다. 작년에도 건보공단은 외국인 건보재정에서 5천560억원의 흑자를 봤다.
외국인이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과는 달리 외국인 가입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작년에도 유일하게 22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국인 건보 재정은 계속 적자 상태지만, 적자 규모는 감소추세다. 2018년 1천509억원에 달했던 중국인 건보재정 적자액은 2019년 987억원으로 1천억원대 밑으로 떨어지고 2020년 239억원, 2021년 109억원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