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저격하면서 예대금리차 키우라는 정부…정책 엇박자 '혼선'

서형교 기자

입력 2023-11-01 17:42   수정 2023-11-01 17:42

    <앵커>

    이슈플러스입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오늘 이슈플러스 주제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최근 은행들을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습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대출을 받은 분들의 고통은 커지는데 은행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데요. 그동안 야당을 중심으로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 메시지를 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최근 금융당국이 했던 조치들을 돌아보면 정부가 은행들의 이자이익을 늘린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정부의 정책 엇박자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네, 하나씩 살펴보죠.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닌데, 어떻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겁니까?

    <기자>

    시작은 지난주 열린 국정감사였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은행의 초과 수익을 환수해 취약계층에 분배하는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데요. 먼저 이에 대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장 직접 들어보시죠.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그런 정책을 하는 것이 적정한지부터해서 지금 있는 제도와 여러 가지 비교도 해야 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보니 어쨌든 취지엔 공감하면서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이 ’이자장사‘를 정면으로 저격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지적한 건데요. 대통령실은 이 같은 발언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차원이지,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은행권에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된 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횡재세처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보다는, 서민금융상품과 관련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이자장사' 논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자이익 얼마나 벌었습니까?

    <기자>

    네, 사실 은행주는 고금리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죠. 지난해부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그래프는 4대 시중은행의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을 연도별로 표시한 건데요. 2021년 19조3000억원이었던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올해 25조2000억원으로 30%가량 증가했습니다.

    또 오늘 은행연합회에선 은행별 직원 소득과 퇴직금 현황 등을 공개했는데요.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이 모두 1억원을 넘었고, 희망 퇴직금은 평균 3억55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대출을 받은 분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잖아요.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면서 비판 대상에 오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오히려 은행들의 마진이 늘어나도록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정부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저희가 몇 차례 보도했던 것처럼 올 4분기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레고랜드 사태가 재현되나’였습니다. 작년 4분기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고금리에 예금을 유치했는데, 그때 가입했던 예금의 만기가 4분기에 쭉 돌아오고 있거든요. 금융사들은 예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유동성 위기에 처하다 보니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는데, 그러자 금융당국이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겁니다. 실제로 10월 초 연 4%까지 올랐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한 달째 그대로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반면 대출금리는 연일 오르고 있는데요. 5대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한 달 전과 비교해 상단은 0.3%포인트, 하단은 0.4%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튀어오르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측면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해 은행들에 금리 상승을 압박한 부분도 있거든요. 이와 관련된 은행권 관계자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 가계대출이 너무 증가했다라는 그런 시그널들을 계속 줬잖아요. 그러면 ‘은행 너희들이 대출 조절하라’는 거거든요. 고객이 왔을 때 저희가 (대출을) 거절할 수 없잖아요. (조절할 방법이) 사실은 금리 (인상)밖에 없어요.]

    <앵커>

    정부가 왜 종합적인 판단을 못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예금금리를 억누른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니 은행들의 이익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매출을 계산할 때 가격(P)에 판매량(Q)을 곱하잖아요. 은행의 이자이익을 계산할 때 가격에 해당하는 게 순이자마진(NIM)입니다.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순이자마진도 높아지는 구조여서 이자이익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자이익 관점에서 판매량에 해당하는 대출액도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 역시 뜯어보면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조치가 시발점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연초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지적인데요. 그러다 보니 "정부 스스로 문제를 자초해놓고 모든 책임을 은행권에 뒤집어씌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시죠.

    [석병훈 /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거라고 기대되니까 대출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어서, 여기서 은행들이 예대 마진으로 이윤을 크게 버는 건 당연한 것이거든요. 금융당국이 (이자이익에 개입하는 건)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하는 것이고요. 그 혼선에 의한 피해는 금융소비자들한테도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사실 은행의 금리라는 게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정부가 개입을 한다는 게 부적절한 것 같고, 또 찔끔찔끔 개입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은행주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온 날 4대 금융지주 주가가 2~3%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건 배당 축소입니다. 은행의 초과수익을 환수한다는 건 그 방식이 분담금이든, 사회공헌이든 상관없이 배당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의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곤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수차례 “금융회사의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쉽게 말해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뒤엔 금융사가 알아서 배당을 결정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손실흡수능력‘과 이번 이자장사 논란은 사실 무관하거든요.

    우리나라 은행주는 외국인 투자자가 절반 이상인데, 이번에 당국이 갑작스럽게 배당 문제에 개입할 경우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제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슈플러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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