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건 슈퍼 뿐?…소비침체 속 전통 유통시장 실적 '희비'

입력 2023-11-19 06:22  


이커머스의 고속 성장과 경기 침체 속에 부침을 겪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실적 양극화가 올해도 재현되는 양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는 오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고 편의점은 몸집은 커졌으나 수익성을 다지는 데는 실패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백화점과 TV홈쇼핑은 각각 소비침체와 구조적인 업황 부진으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실적 개선이 도드라져 보인다.

GS리테일의 슈퍼 사업 부문(GS 더프레시)의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90억원, 21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8%, 23.7% 각각 늘었다.

롯데슈퍼도 1∼3분기 영업이익이 1천496% 급증한 27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2016년 이후 7년 만의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뒀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판매관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163억원)이 15.1% 감소하긴 했으나 매출(1조681억원)이 4.5% 늘며 비교적 준수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사이에서 애매한 존재감을 보이며 부진하던 SSM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절약형 근거리 식품 전문 매장'으로 체질 개선하며 실적 반등의 계기를 잡은 모양새다.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하기는 부담스럽고 편의점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소량 포장의 다양한 식품 구색을 갖춰 꾸준히 고객 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근거리 상권의 강자인 편의점은 올해도 외형적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CU는 1∼3분기 매출이 6조1천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6천665억원)에 비해 8.6% 증가했고 GS25도 5조7천921억원에서 6조1천795억원으로 6.7%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3조5천244억원→4조543억원으로, 이마트24는 1조5천838억원→1조6천734억원으로 각각 15%, 5.7% 매출이 신장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편의점 4사의 1∼3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CU(2천1억원→2천21억원)만 1% 소폭 증가했을 뿐 GS25(1천759억원→1천659억원)는 5.7%, 세븐일레븐(172억원→51억원)은 70.5% 각각 감소했다. 이 기간 이마트24 영업손익은 96억원에서 3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까지 편의점 호황을 이끈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익이 빠진 데다 점포 네트워크와 물류 인프라 확대,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투자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미니스톱 매장의 브랜드 전환 비용이 포함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편의점은 지금도 업체별로 매장 수가 연간 800∼1천개씩 순증하고 있어 한동안 외형 성장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도 커 수익성은 분기별로 부침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는 업체별로 실적이 다소 엇갈린다.

이마트(트레이더스·전문점 포함)는 올해 1∼3분기 매출이 12조4천8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7천161억원)에 비해 1.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천775억원에서 1천487억원으로 16.2% 줄었다.

롯데슈퍼와의 통합 소싱(조달)에 공을 들여온 롯데마트는 매출(4조8천60억원)이 1.7%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800억원)은 89.9% 늘며 수익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그동안 적자 점포를 정리하고 기존 점포를 식품 중심 매장 또는 종합쇼핑몰 형태로 리뉴얼하는 등의 체질 개선 작업에 매진해왔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매출이 감소하긴 했으나 수익 측면에서는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3분기의 수익성 개선이 눈에 띈다.

이마트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천1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천50억원) 대비 5.0% 늘며 3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3분기 영업이익이 320억원에서 510억원으로 57.3% 증가했다. 1∼3분기 영업이익 누계액(800억원)의 64%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이마트의 경우 리뉴얼 점포의 고객 수와 매출이 증가 추세여서 내년 실적은 기대해 볼 만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백화점은 올해 속절없는 실적 내리막을 경험하며 울상을 지었다.

롯데백화점은 1∼3분기 매출이 2조3천7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소폭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3천210억원에서 2천680억원으로 16.7%나 빠지며 빛이 바랬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출이 1조8천536억원으로 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6.1% 감소한 2천952억원에 그쳤고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1조7천470억원)은 3.2% 늘고 영업이익(2천363억원)은 16.9% 줄었다.

비교적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올 초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이 정착한 이후 해외여행 열풍이 불며 소비 여력이 분산된 탓도 크다.

지난해 20%를 웃돌던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증가율이 일제히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게 이를 방증한다.

올해 1∼3분기 기준으로 롯데와 현대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5%대, 신세계는 1.5%에 각각 그쳤다.

다만, 코로나19의 끝자락인 지난해 '보복 소비'가 기승을 부리며 백화점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실적을 '역기저'에 따른 '통계적 부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TV홈쇼핑의 실적 하락 속도는 더 가파르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1∼3분기 매출이 6천8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2% 줄었고 영업이익은 800억원 흑자에서 2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매출 1조5천223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으로 각각 3.6%, 44.6% 줄었고 GS샵도 매출(8천362억원)은 9.0%, 영업이익(802억원)은 4.8% 감소했다.

CJ온스타일의 경우 매출(9천621억원)이 1.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433억원)은 13.6%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극심한 영업 부진에 따른 '기조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직매입한 재고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실적 회복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TV 시청자 수가 지속해 감소하는 데다 상당수 고객을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에 빼앗긴 탓이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9.4%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TV홈쇼핑사들은 온라인·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TV홈쇼핑사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매년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인하 이슈가 불거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8년 46.1%에서 지난해에는 65.7%로 급상승했다. 100원짜리 물건 하나를 팔면 그 가운데 66원을 송출수수료로 내주는 셈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급감하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를 현재와 같은 비율로 유지할 경우 앞으로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TV홈쇼핑사들은 하소연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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