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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년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11-25 08:00  



60세 이상 일하는 노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60대 이상 일자리가 29만개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전체 일자리 증가분과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을 단순 비교해보면 10개당 7.6개꼴 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년 시점인 55~64세 고용률은 68.8%로 고령화율이 높은 독일(73.3%), 일본(78.1%)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집니다.

퇴직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연령대에서 재취업을 하지 못해 수입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고령층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년논의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고작 2년 후면 우리도 '초고령 사회'…'계속고용' 논의 잘 될까

우리나라는 앞으로 고적 2년 후,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초고령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고령자 고용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정부는 올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만들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계속고용 문제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경사노위는 지난 7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출범하고 관련 논의에 착수했는데요.

현재 고령자 계속고용 방식으로는 재고용과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고용 방식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게, 정부는 '동상이몽' 중입니다.

노동계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고용 방식인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연계해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대한 국민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고요.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경영자총연합회에 따르면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년퇴직자는 46.3% 증가한 반면, 명예퇴직,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조기퇴직자는 72.6%나 늘었는데요.

지금처럼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록 높은 임금을 받는 연공형 임금체계에선 사업주가 명예퇴직 등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정년 조차 채우지 못한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정년 연장'은 노조의 힘이 센 대기업 생산직과 정년이 보장된 공공부문 직원만 혜택을 누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법적 정년 자체를 늘리는 것은 임금은 물론 사회보험료, 퇴직금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경영계에선 '정년 연장' 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거죠.

일학에선 정년연장으로 혜택을 받게 되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질수록 체감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청년층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도 이러한 이유로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고령자 고용' 안착시킨 日…"세가지 선택지 줘 단계적으로"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 있는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의 최고령 직원 가나이 노부하루(81)씨가 업무를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우리나라 보다 앞서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1998년부터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시행 중입니다. 다만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종업원이 65세까지 일하도록 '65세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해 실질적인 65세 고용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취업을 확보조치를 위해 기업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노력 의무화라는 형태로 법적 권고를 한 겁니다.

이렇듯 단계적인 고령층 고용 의무화로 노사정이 큰 불협화음 없이 정년연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었습니다.

고용 확보조치는 정년이 65세 미만인 경우는 '70세까지 정년 연장', 70세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제 폐지(정년이 없어지는 것)' 중 한가지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숙련된 고령 인력을 고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계속 고용'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 2005년 60~64세 취업률은 52%에서 지난해 73%까지 올라섰습니다.

'일률적' 정년연장이 아닌 단계적 정년 연장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고용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낸 거죠.

일본 현지에서 만난 슈쿠리 아키히로 일본 후생노동성 고령자고용대책과장은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기업에게 과도하게 부담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해당 조치를 바로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노력 의무를 거쳐 단계적으로 실시해 충격을 완화시켰기 때문에 노·사·공이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자 고용 정책이 청년층의 취업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의 최대 노동조합 '렌고'(Rengo) 관계자는 "청년층이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취직할 기회가 박탈된다고 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청년층에게도 고령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본 특유의 문화도 한몫 했습니다.

일본은 50대 후반이 되면 부장, 과장 같은 직책에서 물러나 그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는 이른바 '직책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직책 정년제에 들어가면 직책 수당도 없어지기 때문에 임금도 자연스럽게 깎이게 됩니다. 기업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덜 수 있는 거죠.

● '계속고용' 논의 앞둔 노사정…"노사 자율 합의 중요"

김문수 신임 경사노위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6일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 김동명 위원장(맨 왼쪽)과 대화를 하고 있다

노·사·정 대화 참여를 중단했던 한국노총이 최근 전격 복귀를 선언하며 사회적 대화가 재가동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면 노사정이 선택하는 첫번째 의제는 '계속고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앞서 노사간 합의는 물런 청년층과의 갈등마저 잠재운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보는 데 있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60세까지 법적 정년이 보장되지면, 일본처럼 정년 이후의 '계속고용(재고용)'이라는 법적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년퇴직 이후 본인의 업무 노하우나 경험을 살리는 일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죠.

또 일본처럼 정년 후 재고용되더라도 직책을 내려놓는 것도 제도화돼 있지 않고 정년 이전 임금피크제 조차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임금 삭감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슈쿠리 과장도 "한국의 경우 대기업의 연공급 등 임금체계를 이유로 고령자 고용을 그냥 연장했을 경우 청년의 취업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세밀하고 효과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로 고령자 고용 정책을 추진하기 보단 노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읍니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정부가 법을 통해 방향성 정도는 제시하지만 큰 역할을 하고 개별 기업 노사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는다"며 "노사 모두 큰틀에서 지향할 것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서로 협의, 교섭하면서 그 길을 따라간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하지만, 상호간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임금체계 등도 노사간 합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오 박사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자 고용확보조치의 선택지를 열어둬 각 기업에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단계적으로 고령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금제도 개선도 고령화 정책의 선행 과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명중 닛케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후생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의 수령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시기와 고령자 고용 확대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점이 중요했다"며 "한국도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처럼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고용을 하더라도 큰 폭의 임금 삭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일본에서 임금을 30∼40% 수준까지 떨어트린 결과 근로의욕과 생산성이 동반 하락하는 사례가 나왔다"며 "근로자 의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처우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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