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실종 아기, 러 정치인이 납치·입양

입력 2023-11-24 17:1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 이후 이 지역에서 실종됐던 아기가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 '정의 러시아당' 대표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 부부에게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지난해 헤르손이 러시아에 점령됐을 때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납치·실종된 어린이 48명 중 가장 어렸던 마르가리타의 행적을 추적했다.

마르가리타가 있던 아동 보호소는 부모가 없거나 양육권을 잃은 아이들이 머무는 곳으로, 마르가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마르가리타는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었다. 그 와중에 의문의 여성이 찾아와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의사 나탈리야 류티코바에 소개했다.

이 여성이 떠난 직후 병원은 아동 보호소를 담당한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마르가리타를 즉시 보호소로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 뒤 마르가리타가 보호소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보호소 직원들에게 아이들이 여행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약 7주 뒤 러시아 하원의원 이고르 카스튜케비치가 다른 당국자들과 보호소에 들이닥쳐 마르가리타와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보호소의 간호사인 류보프 사이코는 이들이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우리 손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 모두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스튜케비치 의원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이 아동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버스와 구급차에 태워 가는 모습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아이들은 크림반도의 안전한 곳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 취재진은 우크라이나의 인권 조사관 빅토리아 노비코바와 함께 해당 보호소에 있던 아동 48명을 추적하면서 지난해 8월 병원에 입원한 마르가리타를 찾아온 여성이 '이나 발라모바'라는 사람으로 러시아 의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발라모바는 마르가리타가 아동 보호소를 나온 날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헤르손으로 와 당일 밤 마르가리타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취재진은 러시아의 소식통으로부터 발라모바가 최근 미로노프 대표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의 러시아당 대표이자 하원 원내대표인 미로노프는 2004년과 2012년 러시아 대선 후보로도 나선 적이 있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이번 결혼이 세 번째다. 그는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 대상 인물이기도 하다.

취재진은 이들 부부의 자녀로 공문서에 올라 있는 '마리나'라는 여아의 출생기록을 찾아 마리나의 생일이 마르가리타와 같은 2021년 10월 31일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마르가리타의 입양 기록을 추가로 입수해 '마르가리타 프로코펜코'가 양아버지인 미로노프의 성에 따라 '마리나 미로노바'가 된 것을 확인했다.

미로노프는 마르가리타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텔레그램에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거짓 정보 공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로 끌려간 것으로 확인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천546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돌아온 어린이는 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러시아 정부 역시 마르가리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BBC는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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